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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이야기] 윤석진(전기 79입)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등록일: 2020-10-08  |  조회수: 4,632

국내 최초 정부출연연구기관(아래 출연연)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아래 KIST)은 1966년 설립 이래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견인해왔다. 국내 유일의 종합 연구기관으로 국가 기간산업 발전을 이끌고, 공공 R&D의 뿌리를 내리는데 큰 역할을 담당해온 KIST의 수장은 그동안 해외파 서울대 출신이 맡아왔다. 50년 넘게 지속된 이 기록은 윤석진 동문(전기 79입)에 의해 깨졌다. 제25대 원장에 취임하며 KIST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윤석진 원장을 만났다.

▲ KIST 원장에 취임하신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KIST 원장은 국내 최고의 종합연구기관을 이끈다는 사명감도 필요하고, 2천5백여 명에 달하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실감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KIST 원장은 과학기술계에서 상징적으로 요청받는 다양한 역할들이 있어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KIST는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소로 가기 위한 길목에 서 있습니다. 세계 어느 선진국에도 뒤지지 않는 우수한 우리 KIST 연구인력들로부터 뛰어난 성과가 쏟아지고 있어서 자랑스럽기도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출연연의 역할에 대한 사회 각계의 요구와 국민 여러분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대두된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문제의 해결부터 빈번해진 기후위기, 또 국가적 아젠다로 자리 잡은 치매 문제 등 과학기술이 해결해 나가야 할 시대적 요구가 커져가는 가운데, KIST가 국가혁신시스템 하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관장인 저를 비롯하여 모든 구성원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역량을 집중해 나가야 합니다. 전임 원장님들과 선배 연구자들이 쌓아올린 유산을 잘 계승하면서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KIST를 명실 공히 세계적 연구소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 KIST를 어떻게 운영하실 계획이신가요?

5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시대적 요구에 맞추어 KIST가 그 임무를 다해 왔습니다만, 기업을 중심으로 한 민간의 연구역량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고, 대학의 기초연구 역량도 크게 신장되었습니다. 저는 취임과 동시에 KIST가 대학이나 기업이 할 수 있는 연구에서는 과감히 손을 떼자고 말해왔습니다. 국가 연구기관이라는 자부심 하에 오로지 출연연에서만 할 수 있는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종합연구기관인 KIST는 다학제적 융합연구에 바탕을 둔 독창적인 연구영역을 확보해 나가야 합니다. 이미 KIST는 그 첫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인공뇌융합연구는 기존의 뇌 분야, 차세대반도체 기술, 로봇 기술 등의 연구자들이 협력하여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사례입니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 그 어디에서도 시도되지 않았던 것들을 도전하는 KIST를 지향하고자 합니다. 과거에는 과학 기술이 국가 경제의 성장을 위한 토대로 기능했었다면, 이제는 국가가 당면한 위기상황의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유례없는 국가 위기상황을 불러온 가운데, 과학기술계에도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졌습니다. KIST 역시 연구분야 설정 및 조직 개편에서 이를 반영하고자 하였습니다. 한편, KIST가 국가혁신체제 안에서 구심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다양한 연구기관, 대학, 기업과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출연연간 협력과 융합을 위해 KIST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다른 전문연구기관과 함께 수평적 연구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문제의 해결, 양자컴퓨팅 원천기술 같은 경우가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대학과의 협력도 확대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미 17개 대학과 다양한 학연협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앞으로 AI, 빅데이터 분야 등 사회적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서 학연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모교 연세와도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추진 중이구요. KIST는 EU지역 현지 연구거점인 KIST 유럽연구소, 한인도과학기술협력센터, KIST를 모델로 세워진 베트남 VKIST 등 폭 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해외 거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국제협력의 청사진도 준비 중입니다.

▲ 중점적으로 추진하시는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오늘날의 KIST는 초고령화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뇌질환, 맞춤형 의공학기술, 로봇·AI 등 4차산업혁명의 기반기술, 차세대컴퓨팅, 복합소재 등 미래 먹거리가 될 성장동력 발굴, 그리고 기후·재난·안전기술 등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보통 기관장이 취임하게 되면 임기 동안 구성원들과 공유하기 위한 기관의 모습, 즉 비전을 수립하게 되는데요. 저는 비전을 만들 때부터 구성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기 위해서 세 가지 안을 만들어 의견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조금씩의 표현 차이가 있을 뿐이지만 ‘공통적으로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라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아까 확인해보니 제가 첫 번째로 제시했던 비전 슬로건인 ‘미래를 오늘로 만드는 연구소 GRAND KIST’가 구성원들로부터 가장 높은 표를 얻고 있다고 하네요. 부연하자면 GRAND라는 표현은 세계적으로(Globally) 인정받고(Recognized) 국가적 수요에(Nationally) 헌신한다(Dedicated)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KIST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핵심가치로는 도전, 자존감, 책임의 세 가지를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 홍릉지역이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되면서 KIST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 때 절감하고 있듯, 첨단 바이오분야의 기술력이 국력과 직결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되는데,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글로벌 바이오 혁신 클러스터로 발돋움하는 것이 홍릉의 비전이라 하겠습니다. 앞으로 KIST가 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이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는 경제·사회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합니다. 우선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KIST와 기업이 공동으로 발굴하고 개발하는 일종의 공동실험실 모델인 링킹랩(Linking Lab)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미 두산엔진과의 선박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탈질촉매 개발 사례에서 링킹랩 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또 한국형 창업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창업사관학교를 운영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KIST가 보유한 기술, 지식재산권,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여 고부가가치의 기술기반 창업기업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느 정도 기술성이 검증된 창업팀들을 대상으로 벤처캐피탈이 초기 단계부터 창업자들에 대한 교육과 다양한 창업지원프로그램을 담당한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셨나요?

학창시절의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대학원생들을 대표하는 원우회장을 맡았던 것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2천3백여 명의 학생들이 직선제로 선출하는 자리였는데, 원우회장으로 활동했던 일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연구자를 거쳐 이렇게 기관 운영을 맡기까지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개천에서 용난 스타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두각을 드러냈던 많은 선후배 연구자들도 계시지만 저는 지금까지 제가 기울여온 노력이 오늘의 저를 만들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주위에서 무모하다고 이야기할 때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도전했습니다.  제가 수십여 년간 한우물을 판 분야가 전자공학의 압전소자 분야입니다. 학생이던 시절에는 정말 미국 기술을 따라하기에 급급했던 우리 기술 수준이  독창적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거듭하다보니 이제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연세 동문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몇 해 전 베스트셀러로 꼽히기도 했던 <그릿(GRIT)>이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이가 벽돌을 쌓고 있는 벽돌공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 명은 말 그대로 벽돌을 쌓고 있다고 답했고 다른 한 명은 교회를 짓는다고 이야기한 반면 마지막 한 명은 하느님의 성전을 짓고 있다고 답합니다.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어떤 사람은 그것을 먹고살기 위한 생업으로, 어떤 사람은 직업으로, 어떤 사람은 소명을 부여받은 천직으로 여긴다는 의미입니다. 연구자에게 연구라는 일은 반드시 사명을 다하는 천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임하느냐에 따라 도전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네요. 두 번째는 사람과 관련한 것입니다.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재산이 바로 사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내 옆에 있는 동료가 내 스승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역량 있는 동료들과 같이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자산이 된다는 사실을 꼭 유념해 주었으면 합니다. 서로 소통하고 물어보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고, 말 꺼내기가 어렵더라도 먼저 다가가십시오. 저는 계속 그렇게 도움을 받으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두려움 없는 도전을 통해 KIST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윤석진 원장은 연세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 보다 간절함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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