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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이야기] 세상을 바꾸는 연세인들 ⑥ - 나영석 CJ ENM 프로듀서
등록일: 2020-10-08  |  조회수: 186

예능을 각광 받는 장르로 만든 tvN의 스타 PD 나영석 CJ ENM 프로듀서는 우리 학교 행정학과 94학번이다. KBS 시절 ‘1박 2일’로 예능에선 마의 시청률이라는 40%를 뚫은 후 tvN으로 옮겨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신서유기’, ‘강식당’, ‘윤식당’, ‘알쓸신잡’ 등의 나영석 표 국민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2013년 tvN에서 처음 연출한 ‘꽃보다 할배’의 타이틀은 친정인 KBS의 히트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패러디한 것이다. 나 동문은 이 프로그램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자기 작품으로 꼽았다.

-왜 ‘꽃보다 할배’인가요?

“재미와 의미를 살렸고 익숙함과 새로움을 잘 배합했다고 봅니다. 시청자들도 즐거워했고 의미를 느꼈다고 봐요.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출연한 어르신들은 전국민이 아는 배우로, 이 익숙한 분들이 KBS 아침마당에 나가는 건 새롭지 않지만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게 새로웠죠. 무엇보다 출연자들을 포함해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한 단계 더 행복해졌어요. 원로배우들이 예능이라고 해서 억지 춘향으로 하신 게 아니라 좋아하고 여행을 즐기셨죠. 시청률도 잘 나왔고 주위에서 칭찬도 받았습니다. 스태프들에겐 좋은 커리어가 됐고, 출연자들은 다른 프로그램에 캐스팅됐죠. 물론 저도 뿌듯했고요.” 그는 ‘꽃할배’가 시청률이 가장 높았던 프로그램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리스크도 있었을 거 같아요.

“무엇보다 고령인 출연자들의 건강 리스크가 있었죠. 국내 최초로 대학병원 의료진이 촬영을 위한 여행에 동행해 매일 아침 건강 검진을 했습니다. 여행 내내 불편을 덜 느끼시도록 카메라 대수를 절반으로 줄였고, 길 건너에서 찍게 해 촬영 감독이 싫어했죠. 이렇게 인물과의 거리가 멀면 화면 잘 잡기가 어렵고 앵글이 흔들린다든지 포커스가 나가는 문제가 생기거든요.” 이서진을 제외한 출연자들의 평균 나이가 76세였다. ‘나쁜 PD’라는 별명이 있는 나 동문이지만 이분들이 과연 프로그램 콘셉트와 당초 그린 그림대로 움직이실까 걱정도 됐다고 말했다.  “저의 인생보다 두 배나 사신 분들이 제 말을 잘 들으시겠어요?” 이 프로그램은 2018년까지 시리즈로 방영됐다. 2015년 그는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탔다. 전년도인 2014년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상복도 많은 거 같습니다. 여태 받은 상 중 가장 큰 의미를 두는 상이 뭔가요?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입니다. 드디어 예능이 사람들이 인정하는 장르가 됐다는 생각에 짜릿했습니다. 제가 받기 전까지는 이 상을 연기자들이 받았어요. 예능은 과거 드라마·영화에 비해 중요한 장르가 아니었고 제가 방송국 입사했을 땐 심지어 홀대 당했어요. 비즈니스로 치부하는가 하면 제작진은 코미디하는 사람 취급 받았어요. 물론 개인적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대중에게서 인정받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지만 이런 보상이 없으면 이 일은 하기 힘들어요.” 나 동문은 모교 재학 시절 사회과학대 극회를 했다. 1학년 시작할 땐 행정고시를 볼 생각이었지만 곧바로 연극에 빠져들었다. 스태프, 캐스트 다 했고 대본도 써 봤다. 친구도 모두 극회 친구들이라고 했다. 공부는 열심히 안 했지만 이래저래 대학생활은 뜻 깊었다. 타임머신을 탄다면 대학 1학년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백양로, 청송대를 걸을 때의 이끼 냄새도 좋았다고 했다. 

-대학 때 연극을 했으니 드라마 PD 할 생각도 했겠습니다. 

“처음엔 그랬죠. 사회생활은 선택해서 할 수 없을 때가 훨씬 많죠. 처음 예능국에 갔을 때 인사 발령에 불만인 사람들이 많았어요. 저는 주어진 상황에서 벗어나려하기보다 거기서 성취할 것, 즐길 만한 것을 찾는 사람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수동적이라고도 할 수 있죠.” 그는 후배들에게도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을 네거티브하게 받아들이기보다 나름대로 포지티브하게 살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좋은 요소를 찾아내고 좋은 방향으로 발상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사람 문제 있다고 욕할 시간에 그에게서 좋은 점을 찾아 빨리 배우라고 해요.”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요?

“영감의 원천은 동료입니다. 대부분의 크리에이터가 그럴 겁니다. 혼자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건 한두 번이에요. 탐구나 자료 조사가 아니라 회의든 대화든 다양한 연령대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요.”

-나 동문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소소함을 꼽을 수 있나요?

“예, 저는 또 고집이 없는 사람입니다. 유연하다고도 할 수 있죠. 신뢰하는 사람이 저와 다른 의견을 내 놓으면 종종 제 생각을 바꿉니다. 그러나 한번 결정하고 나면 밀어붙이는 타입이죠.”

-촉이 좋은가요?

“대박 예감 같은 건 없습니다. 촉이 좋다기보다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줄타기 잘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아는 거죠. ‘나쁘지 않을 거야’, ‘괜찮을 거 같아’ 그 정도 확신으로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이때 운은 거의 작용하지 않아요. 집단지성을 발휘해 충실한 협업을 해요. 그러다 운 좋게 대중이 크게 반응하면 감사하는 거죠.”

-사람에 대한 철학이 뭔가요?

“사람은 누구나 배울 점이 있습니다.”

-천재형인가요, 아니면 노력형인가요?

“전형적인 노력형입니다. 재능이 조금 있다고 생각했고, 도전해 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아 PD 시험을 봤어요. 운 좋게 붙었고요.”

-나 동문에게 예능이란 뭔가요?

“일이죠.” 그는 ‘1박2일’이 종영한 후 tvN으로 옮겼고, 과감한 발상의 전환으로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꽃할배’, ‘삼시세끼’는 망하려 작정한 기획 소리를 들었지만 방송계의 판도를 바꿨고, 나영석은 브랜드가 됐다.

-저는 나 동문 작품 중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재밌게 봤습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일종의 공익 예능 프로그램이었죠. ‘신기하게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사람들이 자극을 받고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방송에서 한쪽의 이념을 바탕으로 지식을 전파한다든지, 확정되지 않은 가설을 주입하려 한다는 말도 들었어요. 팩트와 진실을 다루는 뉴스도 다큐도 아닌데 말이죠.”

-어떤 세상이 되기를 바라나요?

“편견 없는 세상입니다. 지금은 이념 대립이 극심하고 너무 빡빡해요. 더 느슨해져야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고 봐요.”

-불혹을 넘겼는데, 어떤 것들에 미혹되나요?

“날씨가 좋으면 일 안 하고 놀러가고 싶습니다. 자연과 시골, 비 오는 풍경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도 좋아해요.”  그는 건강한 조직이 되려면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내보내야 할 때가 있더라고 말했다. “늘 좋은 선배, 늘 좋은 리더일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그가 진두지휘하는 인력은 50명 가까이 된다. 나영석 사단이다.

-후배들에게는 어떤 선배인가요?

“30대일 땐 가까운 형 같은 사람이었으면 했습니다. 지금은… 어려운 선배일 거예요. 따뜻하게 다가가기엔 식솔이 너무 많아졌죠.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결정하는 선배였으면 합니다.”

-만일 나영석의 인생사용설명서 같은 게 있다면, 거기 뭐라고 적혀 있을까요?

“하루가 쌓여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됩니다. 지금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미래도 없죠. 이번 주 나가는 방송이 잘 나갔으면 하는 게 제 꿈입니다. 그게 잘 나가야 다음 기회가 주어지죠.” 그는 정작 만들어 보고 싶은 건 취미로 제작하는 요리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나요?

“좋은 사람? 저는 동료들의 평판에 신경 쓰는 타입입니다. 멋진 사람보다 그 사람, 나쁘지 않은 사람이었던 거 같아 소리 듣는 거로 만족합니다.”

이필재 (신방 77입) 한국잡지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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