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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이야기] 만나고 싶었습니다(한글날 특집) - 박은관 (주)시몬느 회장 & 로스킹 UBC 교수
등록일: 2022-10-13  |  조회수: 1,871

미국 미네소타주에는 콩코르디아대학이 운영하는 비영리 언어 빌리지 'Concordia Language Villiage(CLV)'가 있다.
1961년 설립된 이 언어 빌리지에서는 한국어를 비롯해 총 14개 외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현재까지 총 20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한국어 수강생은 마땅한 교육기관이 없어 러시아 빌리지를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
2008년 한국어 빌리지인 '숲속의 호수' 초대 촌장인 로스킹 교수를 통해 지금까지 5백만 달러를 넘게 기부를 하고 있는 (주)시몬느 박은관(독문 75입) 회장과, UBC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로스킹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박은관 : “2008년 아침 출근길에 MBC의 ‘손석희의 시선 집중’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글날 특집으로 킹 교수가 인터뷰를 했어요. 유창한 한국말로 인터뷰를 하시는데 포인트는 뭐냐 하면 한국이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으로도 완전히 성숙한 선진국 대열에 있는 나라인데, 한국어에 대한 투자는 성인이 어린애 옷을 입은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 말씀에 공감이 가서 출근하자마자 방송국으로 전화를해서 킹 교수에게 연락을 해서 당일날 바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로스킹 : “한글날쯤 되면 항상 인터뷰 청탁이 들어왔어요. 한국 미디어에서는 ‘한국을 사랑한다’, ‘김치를 잘 먹는다’ 이런 대답을 원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성격상 그런 말 대신 쓴소리를 계속합니다. 그리고 그게 저의 사명이고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에서 해외 한국학의 인프라에 왜 이렇게 투자 하지 않느냐 항상 그런 쓴소리를 합니다. 그런데 그날 좀 이상하게 한 명이라도 이제 그게 통한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박 회장님을 만난 거예요. 재밌는 것은 그날 그 인터뷰를 이제 하고 나서 그리고 쓴소리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그 이후로부터는 그러한 청탁이 절대 안 들어옵니다.”
박은관 회장은 루스킹 교수를 처음 만날 당일 3천 불을 기부했다.

'숲속의 호수'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로스킹 : “간략하게 말하자면 언어 캠프죠 서머 캠프인데 몰입식 교육을 활용한 언어와 문화 교육을 위한 독특한 환경입니다.
1961년 창립한 비영리 기관이고요, 독일어부터 시작 해서 현재는 14개국의 언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국어 마을은 1999년에 생겼습니다. 학생들은 오롯이 한국어로만 말하며, 한국의 전통 복장을 하고 다양한 체험을 즐기면서 재미있게 놀고, 재미있게 노래 부르고 재미있게 춤추며 한국 문화를 배우는 그런 공간입니다.
4주간의 캠프를 거친 학생 중 상당수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장차 한국 전문가로 성장할 것입니다. 한국어 빌리지는 이런 인재를 키우는 파이프라인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러시아 빌리지를 빌려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박은관 회장님께서 지금까지 한 50억 넘게 기부를 해 주셔서 착공이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기초적인 강당은 지어진 상태이고 앞으로 숙소 두 채만 더 생기면 한국어 빌리지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숲속의 호수'를 통해 한국과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된 케이스가 있을까요?
로스킹 : “여러 가지 재미있는 케이스가 있는데요. 그중에도 최근에 생긴 저에게 뿌듯한 케이스가 있습니다. 이분은 아이일 때 재미있게 한국어 캠프를 경험했고, 숲속의 호수에서 몇년 간 스텝으로 일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UCLA 한국문학 박사 과정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어 빌리지를 하면서 항상 꿈꾸고 있던 교육 파이프라인을 실현하게 된 것이죠.”
로스킹 교수는 보다 많은 미국의 청소년이 한국어를 접할 수 있게 되어 미래 한국과 미국 관계의 주역이 될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한국어 빌리지의 목표라고 말한다.
“학문적인 성취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한국의 문화에 공감하고, 한국을 편들고 싶어지는 그런 씨앗을 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숲속의 호수를 한 번만이라도 거쳐 가면 나중에 신문에 한국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그럼 볼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평생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고 뭔가 한국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이렇게 관심 있게 보는 그런 사람을 만드는 거죠. 쉽게 얘기해서 일본하고 한국하고 축구 시합을 하면 이 친구들은 아마 한국을 응원할 거예요. 그리고 숲속의 호수를 거쳐 간 아이들의 대다수가 이제 대학교에 진학할 때쯤 되면 이 친구들은 한국어 프로그램이 있고 한국학 강의를 제공하는 대학에 가고 싶어 할 겁니다.”

로스킹 교수님은 어떻게 한글과 한국 문화에 관심을 두시게 되셨나요?
로스킹 : “저 역시 숲속의 호수 출신입니다. 어릴 적 스페인어, 독일어, 러시아어 등을 배우며 외국어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대학에서도 중국어 등 여러 언어를 배웠는데 당시에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이 거의 없었어요. 어느 날 제가 좋아하던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한국 여성분이 편지를 쓰고 있었어요. 그때 그 펜에서 나오는 한글이 너무 매력적으로 보여서 관심이 생겨 독학하게 되었습니다.”

박 회장님은 지금까지 53억 원을 기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기부를 하셔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언제까지 기부를 하실건가요?
박은관 : “한국어 빌리지를 위한 대지는 콩코르디아 대학에서 제공해주었습니다. 그래서 기숙사와 강의실 공사에 1천만 불에서 1천1백만 불 정도 들어간다고 해서 제가 절반을 기부하기로 했는데, 팬더믹 중에 자잿값이 많이 증가해서 6~7백만 불 더 필요할 것 같아요. 큰 기업이나 개인이 한번에 기부할 수도 있지만,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많은 분들이 참여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많은 사람의 뜻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은관 회장은 공사가 모두 끝날 때까지 기부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현재 외부에서 모금된 금액만큼 본인이 기부 하는 매칭 펀드를 진행하고 있다. 박은관 회장은 매칭 펀드에 참여한 많은 사람과 함께 2024년 완공된 한국어 빌리지에 입주해서 한국어 빌리지를 경험하고 싶다고 한다.

박은관 회장님도 지금 윤동주 기념관이라든가 여러 가지 한글에 대해서 굉장히 사랑하고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데 어떤 계기가 따로 있으셨을까요.
박은관 : “어떤 큰 뜻이 있는 건 아닙니다. 고등학교가 굉장히 원칙을 따지는 곳이었는데, 모교 연세에 입학하고 나서 자유로움을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문과를 나와서 그렇다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인문학은 사람을 위한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새는 IT, 바이오 등 새로운 산업들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새로운 산업 학문도 끝으로 가면 얼마나 사람이 풍요롭고 사람답게 사느냐 하는 인문학으로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문학과 언어학이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학과 한국어가 외국에서 소외되는 것 같아서 이런 소외된 분야를 제가 해야 되는 일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동문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은관 : “한류 열풍이 불면서 미국뿐만 아니고 전 세계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정작 대학생이 돼서는 배울 곳이 많지 않습니다. 137년 전 미국의 선교사분들로 인해 모교 연세가 생기고, 이제 세계 굴지의 대학으로 크지 않았습니까. 우리도 완벽한 건 아니지만 연세도, 우리나라도 이제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고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좀 힘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라고 모든 사람이 부유한 것은 아닙니다. 한국어에 관심이 있더라도 여유가 없어서 못 배우는 학생들이 굉장히 있거든요. 언더우드가 한국에 와서 심었던 문화의 씨앗이 이제 잎도 나고, 꽃도 피고, 열매를 맺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가 그런 씨앗을 다시 미국 미네소타에 심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로스킹 : “박은관 회장님은 정말 한글을 사랑하시고 굉장히 고마우신 분입니다. 이런 분이 1백 명만 더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구 선생님께서 강조하셨던 문화의 힘이 이제 세계적으로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또는 모든 한국인이 해야 할 일을 하며, 10여 년이 넘게 묵묵히 걷고 있는 두 사람. 이제 그들이 걸어가는 길에 한국문화와 한글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발을 맞추어 걸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백진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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