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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이야기] 세상을 바꾸는 연세인들 ⑮ - 오은영 오은영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2)
등록일: 2022-11-10  |  조회수: 3,049

오은영 동문은 아주대 의대 정신과 교수를 지냈다. 아주대 의대 전임강사 시절인 1996년~1998년 경기도와 오산시가 50 대 50 매칭 펀드로 벌인 어린이정신건강사업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30대 초였다.
“그 시절 오산은 허허벌판이었는데 어느 집 아이가 굶는다더라, 울고 있다더라 하면 곧바로 뛰어가곤 했습니다. 빨간 바지 차림으로.”
그는 그런 활동의 기반이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실이었다고 말했다.

정신과 의사가 적성에 잘 맞습니까?
“다른 사람과 얘기하는 걸 좋아하고, 힘든 얘기도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 보니 환자와의 소통이 거의 없는 마치과 인턴 할 땐 힘들었어요. 정신의학은 인간의 대뇌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몸을 공항에 비유하면 대뇌는 관제탑 같은 곳이죠. 의학 분야에서 마지막 미지의 세계였던 인간의 뇌에 대해 공부하는 건 매력적이었고, 재능도 좀 있는 거 같습니다.”
그는 레지던트 면접할 당시 면접관이었던, 갑상선암 수술 잘하는 박정수 교수가 외과의사를 하라고 권했었다고 털어놓았다.
“한때 외과의가 되려 했었습니다. 인턴 시절 몸이 힘든 정형외과에 배정됐을 땐 선배들이 좋아했었어요. 제가 씩씩하고 잘 안 지쳤거든요.”

본래 이과 적성인가요?
“문과 과목도 좋아했습니다. 학창시절에 수학·과학은 그냥 열심히 했고 어학 특히 국어를 잘했습니다. 백일장에 나가 상을 많이 받았고 지금도 수능 문제를 풀면 국어 점수는 좋아요. 인간에 대한 탐구, 사회 현상, 글쓰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는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과의 대화이고 글을 쓸 때 편안해 진다고 덧붙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장기에 부모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거나 현재 자녀와의 관계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다면, 성장과정을 돌아보고 자신의 내면과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를 알아가는 노력을 해야 돼요.”
그는 자식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육아 방식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늘 한 가지를 실천하면 내일이 어제보다 나아집니다. 많은 분들에게 이렇게 말하면 반문을 해요. ‘에이, 그거 한다고 좋아지겠어요?’ 그럼 눈 동그랗게 뜨고 제가 다시 말합니다. ‘아니요, 해 보세요. 해 보셨어요? 하루아침에 좋아지지는 않지만 해 보십시오.’”
그의 큰 눈이 정말 동그랗게 됐다. 앞머리가 풍성한 일명 사자머리 스타일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선글라스를 끼고 마스크를 해도 머리로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1965년생인 그는 32주에 미숙아로 태어났다. 출생 당시 1.9킬로그램이었다고 한다. 생존이 불확실해 보였던 그는 그러나 주변의 우려와 달리 “똘똘하게 잘 컸다.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였고 두 돌 때까지 매일 밤 울었답니다. 아마 너무 일찍 태어나 배가 아팠던 거 같아요. 자라면서도 잘 안 먹고 편식이 심했습니다. 말썽을 부리거나 대들지는 않았지만 선선히 ‘네’ 하는 법이 별로 없었어요. 걸핏하면 ‘제가 왜 그렇게 해야 하죠?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라고 했죠. 어머니가, 잘 감당이 안 되는 저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습니다. 이 편식쟁이를 정성껏 먹여 지금은 제가 먹는 걸 좋아합니다.”

그런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를 잘 이해하겠어요?
"너무 잘 이해가 되죠. 반면 아버지는 저와 기질도, 성격도 비슷하세요."
올해 아흔둘인 아버지는 그가 중학교 1학년 때 위암 진단을 받았다. 그와 오빠를 앉혀 놓고 아버지는 “혹시 건강을 회복 못하더라도 너희 대학 등록금은 마련해 뒀으니 동요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는 제 방에 들어가 울면서 기도했다.
“아버지의 건강을 회복시켜 주시면 열심히 공부해 몸과 맘이 아픈 사람들을 위해 살겠습니다.”
그 와중에도 현세에서 구복을 하면 안 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들어 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부모님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저도 모태신앙인입니다. 신앙 활동은 그리 열심히 안 하지만. 의사가 된 건 말하자면 저로서는 하나님과의 약속이었고, 전문직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내면서 살고 싶기도 했어요.”

'덕업일치'(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삼음)라는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은 말이고, 어려운 경지이죠. 그런데 아무리 좋은 슬로건이라도 그런 것들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보다 한 발 물러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게 좋습니다. 저를 포함해 누구나 미숙하고 어리석습니다. 나쁜 면도 있어요. 그러나 탐스러운 포도송이를 들고서 우리가 ‘와아 싱싱하네’ 하듯이, 포도송이 속 덜 영근 작은 포도알, 껍질이 까진 알을 볼 게 아니라 포도송이를 총체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오 원장님을 롤모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 마디 조언을 주신다면.
“내 자식이 아니라도, 약자인 아이들의 권리를 소중히 여겼으면 합니다. 힘들어 하는 아이를 보면 ‘쟤 왜 저래’하기보다 ‘무슨 어려움이 있나 보네’ 하는 마음이죠.”

누구나 이른바 원가족 문제를 겪는 거 같습니다. 가족이란 대체 뭘까요?
“우리 존재의 기본이죠. 관계가 좋을 때 가족은 편안함과 위로를 주지만 나쁘거나 어려울 땐 정말 이런 굴레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누구도 원가족은 선택할 수 없습니다. 나의 삶을 선택하는 게 가능해져야 가족관계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 마음에 가족, 가족이 가하는 자극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방을 만드는 게 필요해요.”

가족 특히 자식과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부분의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진심으로 잘 키우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국영수는 가르치면서 마음은 안 가르쳐요. 누구나 자기 마음을 알아야 하고, 마음은 부모가 가르쳐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마음을 배워야 합니다. 아이와 함께 배우면 돼요.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해야 행복합니다. 부모자식을 비롯해 주변 사람과 두루 잘 지내는 게 곧 행복한 인생이죠. 두루 잘 지내려면 내 마음을 제대로 알고 잘 표현할뿐더러 상대의 마음을 공감해야 합니다. 그런데 마음을 배우지 않으면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는 유은혜 교육부총리에게 전사회적으로 이런 마음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귀띔했다.
“우리 사회가 손에 잡히고 측정할 수 있는 가치에만 너무 몰두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다움이란 남의 고통을 공감하고 약자를 보호하고 불의에 맞서는 것이라고 봐요. 그런데 이런 가치는 측정 자체가 불가능해요.”

좌우명은 뭔가요? 요즘 말로 인생 문장.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자. 좋은 결과를 내면 더 좋겠지만 해결하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열심히 살려 합니다. 말하자면, 편안함을 유지하는 선에서의 최선이죠."
그는 정의롭지 않은 일엔 목소리를 내고 불의를 보면 참지 않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성직자처럼 살 순 없지만, 제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는 국가·사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늘 고마운 마음이죠. 그래서 때로는 나서기도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려 합니다. 적어도 치사하게는 살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합니다.”

- 이필재(신방 77입) 한국잡지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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