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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이야기] 동문이야기 - 임재영 울트라 트레일 러너
등록일: 2022-04-06  |  조회수: 2,053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마라톤, 그 마라톤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울트라 트레일 러닝에 도전하는 중년의 남성이 있다. 바로 32년차 기자 임재영 동문(신방83입)이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마라톤을 시작해 세계 10대 울트라 마라톤 중 무려 7개를 완주하며 중년의 저력을 과시한 임재영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트레일 러닝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포장도로를 달리는 로드 마라톤과는 달리 산, 숲, 언덕, 사막 등 비포장 길(트레일)을 달리는 아웃도어 스포츠입니다. 대회에서는 일부 포장도로가 포함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연 속을 달립니다. 대회가 아니더라도 산이나 숲길을 달리면 그것이 트레일 러닝입니다. ‘달린다’라고 하지만 뛰고 걷기를 반복한다는 것이 맞을 겁니다. 실제 대회에서도 상당수 참가자들이 뛰고 걷기를 반복합니다. 물론 순위를 다투는 선두그룹은 오르막도 뛰어오르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국제트레일러닝협회(ITRA)가 창립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데 2012년 제주에서 국제트레일러닝대회가 열린 후부터 트레일 러닝 용어를 붙인 대회가 많아졌습니다.

트레일 러닝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건강을 등한시 한 채 술자리를 자주 가졌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사람을 만나서 유대를 쌓는 것을 즐겨했는데 도를 넘었습니다. 2007년 결국 간에 이상이 생겨서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호전이 되지 않아 생사의 기로에 서는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퇴원하고 나서 한라산의 중턱의 사찰을 찾아 명상을 하다가 근처 암자로 가는 트레일을 걷기 시작한 것이 새로운 전환점이었습니다. 그러다 한라산등산학교를 수료한 후 세계적인 트레일 러너인 안병식 씨가 제주에서 100km 트레일 러닝 대회를 만들었을 때 ‘나도 가능할 까’라는 호기심이 생겨서 도전한 것이 대장정의 시작이었습니다.

 첫 100km 코스를 완주하셨을 때 소감은 어땠나요?
첫 도전이다 보니 두려움, 긴장감이 상당했어요. 내가 진짜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있었구요. 마지막 결승선을 넘었을 때 그 희열과 기쁨,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지금도 그때 감흥을 몸이 기억하고 있는 듯 합니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높은 계단을 딛고 서서 새로운 세계를 마주한 느낌이었어요.

세계 10대 대회 중 무려 7개를 완주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다면요?
2014년 사하라사막마라톤(MDS)에 참가했을 때 세계 10대 울트라 트레일러닝 대회가 있는 것을 알게 된 후 완주를 목표로 정했는데 MDS를 시작으로 홍콩 100km(2016년), 울트라트레일 몽블랑 101km(UTMB·2016년), 호주 울트라트레일 100km(2017년), 스페인 트랜스 그란카라니아 125km(2018년), 뉴질랜드 타라웨라 160km(2019년), 레위니옹 그랑레드 166km(2019년) 등 7개 대회를 완주했습니다. 이중 스페인 트랜스 그랜카라니아, 뉴질랜드 타라웨라 대회는 한국인 최초 완주라는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대회 때마다 새로운 도전이었고 모험이었는데 UTMB가 가장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트레일 러너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이 대회의 코스 난도가 상당해서 중도포기를 생각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마지막에는 마실 물이 없어서 고통을 겪기도 했구요. 체력을 바닥난 상태여서 정신력으로 버텼습니다. 제한시간을 불과 18분 남겨놓고 피니시 라인을 넘었습니다.

당분간 코로나19로 해외 유명 트레킹 코스를 즐기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에서도 트래킹을 즐기기 장소가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는 70%가 산악지대라고 합니다. 그만큼 걷고 뛸만한 산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최근에는 산림청, 지방자치단체에서 둘레길, 숲길, 해안길 등을 잘 조성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길이 트레일 러닝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산, 지리산, DMZ, 영남알프스, 부산 5산, 거제지맥 등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대회들이 열리고 있는데, 짧은 거리부터 도전하는 목표를 설정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인생의 다음 도전을 준비하고 계신다면 무엇에 도전하고 싶으신가요?
세계 10대 울트라트레일러닝 대회 가운데 이탈리아(120km), 일본(170km), 미국(160km)에서 열리는 3개 대회가 남아 있는데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중단한 상태입니다. 일단 3개 대회를 완주하는 것이 당면 과제이자 도전입니다. 10대 대회를 완주하고 나서는 해외 유수의 트레일을 다녀볼 계획입니다. 대회가 아니더라도 유서 깊은 트레일을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트레일 러닝외 도전으로, 학문의 길을 뒤늦게 걷고 있습니다. 한라산을 인문학적으로 연구하고 싶어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도전은 어렵지만 핑계는 쉽다고 합니다.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고 있는 동문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평소의 루틴을 벗어나야 새로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구요, 두드려야 문이 열리고, 끊임없이 찾아야 얻을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힘듦이 있어야 소득이 있고(no pain, no gain), 쉽지는 않겠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를 늘 견지해야합니다. 이는 동문 여러분들께 드리는 것이지만 사실 제 자신에게 다짐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고 트레일 러닝에 관심 가질 동문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초보자를 위한 팁이나 조언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우선 자신의 몸 상태를 알아야합니다. TV나 인터넷에 나와 있는, 몇 세트 몇 회에 기준을 두지 마세요. 푸시업, 스쾃, 런지 등 어떤 운동을 할 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맞춰서 해야 합니다. 걷기나 달리기로 마찬가지입니다. 얼마정도의 거리와 시간까지 몸이 감당하는 지 먼저 확인하고 나서, 그 수준에서 반복적이고 꾸준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몸이 나아지는 것을 느끼고 그때 강도를 조금씩 올려가다 보면 1년 뒤, 2년 뒤에는 분명 달라집니다. 운동은 몸이 좋아질 때까지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함께 할 동반자입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트레일 러닝은 000이다. 한마디로 정의해주신다면.
나에게 트레일 러닝은 ‘문(門)’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문을 열고 나간 순간 새로운 경험과 세상이 열렸습니다. ‘우물 안에서, 우물 밖으로’ 공간이 달라졌습니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 중년은 더 이상 나이든 아저씨가 아닌, 우리 사회의 주역이자 제2의 인생을 맞이하여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야만 하는 세대이다.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유명 코미디언 조지 번스는 ‘당신의 나이 만큼 늙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생각 만큼 늙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쳤던 임재영 동문이야 말로 누구보다 젊었다. 그의 청춘은 현재진행형이었다. 코로나19가 조속히 끝나서 임 동문의 남은 세가지 해외 코스(이탈리아, 일본, 미국) 도전이 완수되기를 기원한다.

울트라 트레일 러닝에 대해 더욱 생생한 사진과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임재영 동문의 2021년 저서 <어쩌다 100km>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김 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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