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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이야기] 만나고 싶었습니다 - 박해권(물리 69입) 한연 홀딩스 회장
등록일: 2021-11-11  |  조회수: 1,881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한해 중에 가장 넉넉한 시기라고 말할 수 있는데, 올해는 더욱 특별할 것 같다. 9월 말, 추석이 지난 후 학교로부터 전달받은 기쁜 소식 때문이다. 그것은 모교를 위해 1백5억 원을 기부한 박해권(물리 69입) 한연 홀딩스 회장의 소식이었다. 놀라움과 함께 연세 가족의 얼굴에 웃음을 머금게 만든 박해권 회장을 만났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1백 억원 기부
박해권 회장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모교에 기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금 과한 표현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사업을 하면서 우리나라 기술이 겉보기만 앞서 있고 실질적인 것은 약하다고 느꼈습니다. 예전과 달리 이제 사업도 기술이 앞서지 않고서는 어렵습니다. 특히 부가가치가 큰 하이테크 산업은 누구보다 먼저 빨리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것을 제일 잘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국가의 힘은 과학기술 발전이 밑받침되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그런 것을 간과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모교에 물리학 발전기금을 기부하게 됐습니다.”

실험과 실습을 통한 교육과 연구에 사용되길 기대
박해권 회장의 기부는 모교 단일 학과 차원의 최대 금액이기에 기부금 사용 결과에 따라 연세 위상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해권 회장은 미국의 주요 공과대학이 세계 대학 순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아래 대학과 엄청난 차이를 나타내고 있기에 우리도 과학 분야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의 역할인 교육과 연구에 있어서 과학기술은 인문과학과 달리 책만 보고는 할 수 없습니다. 책만 보는 것은 다른 사람의 연구를 암기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실험 등을 해봐야 올바른 공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과서나 책을 많이 읽고 암기하기보다는 실험과 실습을 주로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기부금을 전달하며 학과장님께 실험과 연구 기자재 구매 등에 사용해주길 요청했습니다.”

국내 반도체 태동기에 참여한 1세대 엔지니어
한연 홀딩스는 한연 테크놀로지, 제론시스템 등 여러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 공정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대만 등의 상당수 반도체 공장에서 박해권 회장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졸업 후 지금 삼성전자의 전신인 한국반도체에 입사를 했고, 그렇게 반도체 1세대 엔지니어가 됐습니다. ‘반도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기에 합작으로 들어온 외국인 엔지니어의 조수로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이 미국 회사 지분을 인수하면서 외국인 엔지니어가 모두 철수한 뒤에는 모든 문제를 알아서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7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가전을 팔고 벌어온 돈을 저희가 다 쓴다며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그런 투자를 통해 지난 20년 이상 우리나라는 막대한 국부를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반도체 분야는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
반도체 분야 국내 1세대 엔지니어인 박해권 회장은 앞으로도 반도체 분야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라는 것이 뭐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필요한 어떤 로직과 정보의 보관 및 관리, 응용을 위해 가동하는 전자 기기의 부품이 반도체입니다. 워낙 많이 쓰이기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그 종류로 따지자면 빙산의 일각입니다. 또한, 전기자동차를 보면서 아실 수 있듯 앞으로 계속 개발되고 발명되는 문명의 이기에는 반드시 반도체가 들어가 있을 것입니다.”

펜싱부 선배들이 보여준 사랑의 마음을 이어 5억 원 기부
학창시절 펜싱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박해권 회장은 이번에 모교에 발전기금을 기부하면서 펜싱부를 위해서도 5억 원을 내놓았다.
“연세 펜싱부는 1957년부터 시작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들어갈 때 한 2~3년 정도 중단되었기에 저희가 부활 1기가 되었습니다. 이후로도 중간에 없어지기도 했지만 요즘은 아마추어 대회인 Y-CUP이라는 대회도 크게 진행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때는 학교에서 장비는 물론 대회 출전도 지원해줬습니다. 특기생도 선발할 정도로 학교의 지원이 있었지만, 코치는 교직원 발령이 안되기에 선배들이 월급날마다 십시일반으로 모아 비용을 마련했습니다. 이번에 기부한 것으로 Y-CUP 대회 개최와 가장 필요한 코치 등의 비용으로 한 10년 정도 사용하고, 그 기간 동안 여러 동문들이 마음을 모아 또 기부하자고 펜싱부 OB들과 이야기를 했습니다.”
박해권 회장은 선배들이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를 코치로 초빙할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보여줬으며, 그것을 이어받아 후배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대회가 중단되고 있지만 Y-CUP은 13년 동안 열린 전국 규모의 펜싱 대회로, 이를 위해 박해권 회장이 큰 힘을 보태고 있고, 해외에 있는 OB들까지 정성을 모으고 있다.

여러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지원 기대
박해권 회장은 펜싱부뿐만 아니라 모교의 여러 스포츠 분야에 대해서도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활동을 단순히 노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공부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건강입니다. 그렇기에 외국 대학들이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하고 싶은 운동이 있는데 학교의 지원이 없어서 힘들다면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예전에 몇몇 종목은 국가대표급 수준의 경기력을 보이기도 했지만,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대학교의 스포츠 방향도 변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쉽게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
박해권 회장은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운이 좋았다고 말하며 후배들을 위한 당부에 대해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대신 지금까지 제일 잘한 선택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반도체 공장의 특징은 1년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것입니다. 반도체 회사에 입사하고 3년 동안 너무 고생을 해서 이직을 하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산업 자체가 발전성이 있으니까 견뎌야겠다고 생각하고 참은 것이 잘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부도 마찬가지겠지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직원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본인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라는 것입니다. 열심히 일해야 배우는 것이 있으며, 그 배움을 통해 다시 경제적 가치를 일으키게 됩니다. 그리고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게 됩니다.”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분야에 더욱 내실을 다지길 기대
박해권 회장은 우리나라가 보다 내실을 다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테크 분야는 오늘 만든 제품이 내일이면 구닥다리가 되는 분야입니다. 신제품이 나오면 기존 제품의 판매는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늘 새로워야 합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에서는 ‘제2의 서부 시대’라고도 합니다. 기술로 계속 앞서가야 합니다. 생존을 위해 ‘개발의 생활화’가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의 장비와 원료로 반도체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것으로 대체할 수 있겠지만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은 이유는 철학이나 도덕이 뒤처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과학기술이 뒤처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경제적으로 부흥할수록 과학 발전에 더욱 힘써야 할 것입니다.”
1915년 연희전문학교에 설립된 수물과는 국내 최초의 독립적인 물리교육기관으로 한국 물리학의 효시가 됐다. 2021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연세 물리학이 박해권 회장의 바람처럼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을 이끄는 견인차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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