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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이야기] 세상을 바꾸는 연세인들 ⑪ - 정갑영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회장(2)
등록일: 2021-07-08  |  조회수: 2,683

“연세정신은 곧 프런티어 정신입니다. 언더우드 선교사는 약관 26세에 척박한 땅 조선에 와 연희전문을 세웠습니다. 모교는 우리나라의 첫 고등교육기관일뿐더러 교양 교육, 입시제도,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하는 단과대학(언더우드국제대학) 등을 최초로 도입하는 등 최초 기록을 많이 보유하고 있죠.”
17대 총장을 지낸 정갑영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은 “연세는 학문의 자유를 지키려 노력했고, 최현배·정인보 선생이 둥지를 튼 한국학의 본산이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약화돼 아쉽지만, 국학의 전통은 연세정신의 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연세정신은 기독교 섬김 정신입니다. 서번트 리더십이라고도 할 수 있죠. 언더우드는 당초 고아원을 세웠고, 세브란스의 전신인 광혜원을 설립한 알렌 선교사 역시 26세에 입국해 사대문 밖 최천민 즉 소외된 하류 계층을 돌보는 것으로 의료 선교를 시작했어요.”
그는 섬김의 정신이야말로 연세의 뿌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남을 섬기고 배려하는 건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정신이기도 합니다. 양극화에, 4차 산업혁명이 닥치면서 우리 사회에 각종 갈등이 분출하고 있습니다. 섬김은 이런 시대에 더 돋보이는 가치관이죠.”
송도 캠퍼스에서 시도한 레지덴셜 칼리지(RC)도 우리 학교가 가장 먼저 도입했다. 정 회장은 RC 도입을 아예 총장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시 한 교수가 “공약에 넣으면 총장 못 된다”고 해 “공약에 넣지 않으면 실행 자체를 못하니 총장 직 걸고 하는 것”이라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하버드, 프린스턴 등 미국 명문 사립대의 공통점은 RC에서 24시간 교육을 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처럼 통학에 하루 2시간 이상 걸리고 별도로 학원 강의를 듣는 이런 환경에선 전인 교육이 이뤄질 수가 없어요. RC 도입 당시엔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것조차 어려웠는데 지난 번 서울 시내 주요 대학 총장 선거 때 거의 모든 출마자가 RC 도입을 공약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우리 학교처럼 제대로 하는 대학은 없습니다.”

- 71학번 정갑영은 어떤 학생이었습니까?
“평범했습니다. 언론에 관심이 있어 1학년 땐 YBS를 했고 거기서 아내를 만났어요. 휴교를 많이 한 시절이라 4년 간 두 학기 연속으로 다닌 적이 없고, 연고전도 한 번밖에 못했어요. 시국에 대해 불만이 많아 모이면 시국 이야기를 많이 했었죠.”

- 캠퍼스에서 자주 가시던 곳은 어딘가요?
“청송대 숲입니다. 경제학과 동기 중 훗날 목사가 된 친구와 거기서 기도와 성경공부도 했어요. 도서관이었던 용재관도 추억의 장소죠.”

-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시고 싶습니까?
"역사, 철학을 공부해 인문적 소양을 쌓고 과학 공부도 하고 싶습니다. 그럴 때 리더에게 요구되는 융합적인 사고를 제대로 할 수 있어요. 글로벌 리더로서의 기본적 소양을 대학에서 길러야 합니다. 우리나라 대학은 학과 간 장벽이 너무 높은데 그래서 사회에 나갔을 때 소통, 이해, 배려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교수로서 정 회장의 롤모델은 우리 학교 경제학과에 몸담았던 고 한기춘 교수이다. 한 교수를 도우면서 그는 “나도 교수가 되면 이분처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학생들을 아끼셨고, 시험 답안지와 리포트에 빨간 볼펜으로 일일이 코멘트를 하신 후 이름을 부르면서 칭찬도 하고 호통도 치셨죠. 또 취업을 비롯해 학생의 모든 일을 챙기셨습니다. 경부고속도로가 생긴 지 얼마 안 됐을 때 학생들 서너 명을 태우고 당신이 직접 운전해 1주일 간 고속도로를 순회하면서 고속도로 사업을 평가한 일도 있어요.” 그는 한 교수처럼 답안지에 일일이 코멘트를 달다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 대학이 감당해야 할 시대적 사명이 뭐라고 보시나요?
“이 나라의 교육 구조가 빈곤을 세습화하고 있습니다. 소외 계층이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사라지고 있어요. 대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계층의 이동성을 높이는 건데 공교육이 피폐화해 지금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아이들만 좋은 학교에 진학합니다. 대학이 국가장학금 제도 덕에 학생들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보다 양극화가 심해졌어요. 대안은 자율형 사립대입니다. 대학을 100% 자율화하면 소외 계층을 20~30% 뽑으라고 해도 받아들일 겁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처럼 어려운 집에서 태어났어도 유명 대학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계층 이동을 할 기회가 늘어나는 거죠. 계층 이동의 역동성을 잃은 사회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한 마디로 대학은 자율성이 생명입니다. 나아가 학문의 수월성을 높이는 것도 대학이 할 일이죠.” 그가 언더우드국제대학을 만든 후 미국 유명 고교 학생들을 유치하러 미국에 갔을 때의 일이다. 스탠포드대를 찾아 강연을 마치자 한 교수가 “필립스아카데미 같은 미 명문고 학생을 연세대가 뽑겠다는 건 과욕 아니냐”고 물었다. 한국학 연구는 연대가 본산이 될 수 있다고 답한 후 그가 이렇게 덧붙였다. “모교와 스탠포드는 창립 연도가 같습니다. 1885년 창립 이래 스탠포드는 연대보다 7~8배 등록금을 받았습니다. 내가 지난 130년 간 스탠포드 수준으로 연대에 투자했다면 스탠포드보다 더 좋은 대학으로 만들었을 겁니다. 스탠포드 총장은 원하면 얼마든지 학생을 뽑을 수 있지만 연대 총장은 정원 한 명도 늘릴 수 없습니다.”

- 동문들이 우리 학교의 발전과 혁신을 위해 어떤 역할과 기여를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최근 우리 학교 동문들의 활동이 활발해졌습니다. 일차적으로 동문 간 네트워크를 강화해 우리 학교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게 동문들의 역할이에요. 학교의 재정에도 기여해야겠죠. 나아가 학교 거버넌스에 대한 동문들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외국의 사립대학들은 동문들의 의견을 반영해 의사 결정을 합니다. 우리 학교는 이른바 주인 없는 대학인데 그래서 더 동문들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할 수 있죠.” 올해 고희를 맞는 정 회장은 모교 강의, 유튜브 외에도 다양한 사회활동을 한다. 한국생산성본부와 함께 ‘정갑영과 함께하는 CEO 북 클럽’을 운영하고 학계 전문가 1백인이 참여하는 민간 싱크탱크 FROM 100을 이끈다. 아시아나와의 합병이 현안인 대한항공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유튜브를 하느라 그는 새벽 같이 일어나 파이낸셜 타임스를 읽는다. “어쩌다 뒤처져 루저가 된 느낌이 달갑지 않아서죠. 헛소리를 하지 않으려 책도 들여다보게 됩니다.”

- 유튜브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팁 좀 주시죠.
“삼각대와 조명 장비 사는 데 8만 원 들었습니다. 카메라는 핸드폰이면 충분해요. 편집하는 데는 기술이 좀 필요한데, 온라인 무료 편집 프로그램이 많고 초보 땐 그냥 올려도 돼요. 원고는 만들려 애쓸 필요 없습니다. 키워드만 적어 자연스럽게 얘기하듯 하면 돼요. 해 보니 그렇게 어렵지 않더라고요.”

- 인생 2막에 필요한 자세로 어떤 것들을 꼽으시겠습니까?
“1막에서 쌓은 경험·지혜·능력을 발휘해 베풀면서 살았으면 합니다. 1막 때 소홀히 한 가족을 배려하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도 소통해야죠. 악기나 그림 같은 취미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어요. 중세의 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가 ‘인생은 물과 같다’고 했는데,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사람은 밑으로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마지막 날까지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살아야죠.”

이필재(신방 77입) 한국잡지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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