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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이야기] 바리톤 김기훈(성악 10입)
등록일: 2021-07-08  |  조회수: 2,820

지난달 영국으로부터 낭보가 날아들었다. 6월 19일 영국 웨일스 카디프에서 막을 내린 국제 성악 콩쿠르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아리아 부문에서 김기훈 동문이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이다.
1983년부터 영국 공영방송인 BBC가 2년마다 개최하는 이 콩쿠르는 피아노 반주로 가곡을 노래하는 ‘송 프라이즈’와 오케스트라 반주로 오페라 아리아를 노래하는 ‘메인 프라이즈’의 두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앞서 가곡부문 한국인 우승자는 있었으나 아리아 부문에서는 김기훈 동문이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BBC와의 인터뷰에서 김기훈 동문은 “영감으로 가득 찬 여정이었으며,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 소감은 우승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였다. 김기훈 동문은 콩쿠르 동안 롤러코스터 같은 경험을 했다.

심사위원을 울린 공연
1차 결선 심사에서 김기훈 동문은 코른골트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 아리아를 불렀다. 그런데 그의 노래를 듣고 심사위원 중 한명이 눈물을 흘렸고, 이 장면은 BBC를 통해 그대로 중계되었다.
“아리아 자체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곡입니다만, 심사위원이 눈물을 흘렸다는 말을 듣고 그저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라 생각했습니다. 사실 그 심사위원의 표정이 좋지 않아서 망했다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울어서 표정이 그랬던 것이더라고요.”
하지만 최종 결선 공연 후 김기훈 동문은 마음을 비웠다. 컨디션 문제로 내내 힘들었는데 마지막 무대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들이 컨디션을 타듯 성악가들의 목소리도 왔다갔다 합니다. 결선 전날까지도 목이 정말 안 좋아서 리허설을 중간에 그만둘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결전 당일 컨디션이 거짓말처럼 좋아져서 성공적으로 리허설을 마쳤습니다. ‘리허설처럼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최종 공연에서 목 상태가 좋지 않아 마음을 비웠습니다.”
그렇지만 최종 트로피는 김기훈 동문이 들어올렸다.
“BBC 대회는 성악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이고, 여기에 섰다는 것 자체도 믿기지 않는데 우승을 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만년 2위를 떨친 새로운 시작
김기훈 동문의 우승 소감에서 ‘다행’이란 단어가 나온 것은 그동안 여러 국제 콩쿠르에서 아쉽게 2위를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e스포츠인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만년 2위를 차지하던 선수가 ‘홍진호’였는데, 김기훈 동문은 스스로 별명을 ‘홍진호’라고 말했다.
“2019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정말 1등을 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분위기도 그렇고 관객들의 호응도 남달라서 기대했는데, 실망이 컸습니다. 물론 2등도 잘한 것입니다만 항상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번 우승으로 자리 한 켠에 자리잡고 있던 아쉬움과 부족함을 해소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관중없는 공연으로 더욱 긴장
이번 콩쿠르는 코로나19 때문에 무관중으로 진행됐으며, 전체 과정은 BBC TV와 라디오 등으로 중계됐다.
“한국에서도 무관중 공연을 해봤습니다만 저는 관객이랑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 노래를 듣고 관객들이 반응해주는 에너지가 공연장에서 맴돌며 기운을 주는데, 요즘은 그런 것이 없어 굉장히 어색합니다. 이번 대회는 그래서 더욱 긴장했던 것 같고, 가장 기억에 남는 콩쿠르가 된 것 같습니다.”

고3때 성악 시작, 수석으로 모교 졸업
세계무대를 주름잡게 된 김기훈 동문이 성악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하던 김 동문은 교회에서 우연히 열린 성악 세미나를 통해 성악의 길을 걷게 됐다.
“전남 곡성이라 음악을 접할 기회가 적었습니다. 마침 세미나가 열렸고 거기에 오신 강사님이 우연히 저에게 노래를 시키셨습니다. TV ‘열린음악회’에 나온 성악가들을 흉내 내곤 했는데, 그 개인기를 보고 그분이 언제부터 성악을 할 줄 알았냐고 하셨습니다. 제 흉내가 성악이었던 것을 몰랐던 거죠. 그분이 저와 부모님을 설득했고 그렇게 성악을 시작했습니다.”
늦게 시작했기에 더욱 열심히 했고 모교에 들어온 김기훈 동문은 수석으로 졸업을 했다. 독일 하노버 음대 석사 과정도 만점으로 마쳤다. 그동안 서울국제음악콩쿠르와 뤼벡마리팀 국제성악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독일 명문 오페라극장인 하노버 국립 오페라에서 주역 가수로 노래했고, 프리랜서로 유럽 오페라 무대에 서고 있다.
시작이 늦었기에 더 많은 노력을 했던 김기훈 동문은 동기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여느 학생들과 비슷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만 동기들과 소리에 대한 탐구도하고 서로 공부법도 주고받으며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특별히 더 노력했던 것은 성악이 다른 나라 말이니까 언어를 비슷하게 말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우승으로 더 많은 활동 기대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김기훈 동문은 폴란드 바르샤바 오페라와 독일 뮌헨 주립오페라에서 푸니치 ‘라보엠’을, 미국 샌디에이고 오페라에서 모차르트 ‘코지 판 투데’ 등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우승으로 여러 갈라콘서트 일정이 추가될 예정이다.
“앞으로 10월부터 내년과 내후년까지 일정이 있었는데, 우승에 따른 일정들이 추가될 것입니다. 그동안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무대에 오르며 폭을 넓히려고 합니다.”

동문들의 많은 관심에 감사
김기훈 동문의 우승직후 많은 동문들이 총동문회로 소식을 알려왔다. 이런 관심에 대해 김기훈 동문은 더 힘써 자랑스러운 마음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사실 이렇게 큰 관심과 사랑을 받을 줄 몰랐습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계신 것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모든 동문이 같은 마음이겠지만 저도 자랑스러운 동문으로 모교를 빛내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소프라노’하면 조수미 선생님을 말하듯 ‘바리톤’하면 김기훈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선한 영향력을 전하기 위해 노력
이번 대회 우승 상금 2만 파운드로 낡은 아버지 차를 바꿔드릴 생각이라는 김기훈 동문은 효심만큼 깊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아직도 부족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가 우승을 했지만 스스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부족한 사람에게 과분한 선물을 주셨다고 생각입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해서 선한 영향력을 여기저기에 전하며 살고 싶습니다.”
김기훈 동문은 7월 8일 성남시 티엘아이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독창회를 통해 이번 콩쿠르의 주요 노래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그의 바람처럼 더 깊은 울림을 주는 노래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기억되는 김기훈 동문이 되길 기대한다.

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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