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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이야기] 세상을 바꾸는 연세인들 ⑨ - 이중명 아난티그룹 회장
등록일: 2021-02-08  |  조회수: 7,595

이중명(건축 62입) 아난티그룹 회장은 2012년 봄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게서 출소한 소년원생들을 돕는 일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법원으로부터 보호 처분을 받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정 교육을 하는 소년원은 법무장관이 관장한다. 이 회장은 아이들이 원하고 또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려 1주일 동안 대전소년원에서 살았다. 한 방에 네 명, 같은 제복을 입었고, 식판 들고 줄서서 함께 밥을 먹었다. 함께 공부도 하고 운동도 했다. 그의 핸드폰엔 당시 함께 지낸 소년원생 30명이 ‘빵동기’라는 그룹으로 저장돼 있다. 그 해 이 회장은 소년원 출소자를 돕는 한국소년보호협회를 만들어 이사장을 맡았다.
여자 빵동기 남 아무개는 앞서 새엄마와의 갈등 끝에 여인숙에 들어가 불을 지르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목숨은 건졌지만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었고, 방화범으로 소년원에 들어왔다. 이 회장은 대전 건양대의료원의 우리학교 출신 박창일 원장(의학 66입)에게 부탁해 남 양이 서너 번 성형 수술을 받게 했다. 치료비 5천만 원도 부담했다. 소년보호협회에 취직을 시켰는데 한 달치 월급을 받고 잠적했다. 3년 만에 찾아와 잘못을 비는 남 양을 그는 다시 받아줬고 소년원 출신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뒷바라지했다. 남편은 이 회장이 2019년 설립한 청소년행복재단의 지원을 받아 도마뱀을 분양하는 사업을 한다. 그가 10년 후원한 남 양은 여전히 이 회장을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그에겐 ‘키다리 할아버지’인 셈이다.
이 회장은 연세대는 자신에게 “모교가 아니라 본가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당시 건축과는 디귿자로 앉힌 콘세트 건물에서 공부했습니다. 3년 선배들의 연애편지 심부름을 재미있게, 많이 했어요. 캠퍼스 안에서는 청송대 숲에 자주 갔어요. 사색하기 좋고,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명소죠.”

- 연세 정신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60~70년대 학번 연대 출신은 사회에 나가서도 후배들을 아끼고 선배들은 잘 섬깁니다. 나름 끈끈해요.”
모교 북문께 사는 그의 방에선 우리학교 캠퍼스가 내다보인다고 했다. 40년째 그는 출퇴근길에 캠퍼스를 관통해 동문으로 다닌다. 두 아들(이만규·경영 89입, 이홍규·세라믹공학 91입)도 우리학교 동문이다.

-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시고 싶습니까?
“학업에 더 열중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공부를 해 보고 싶어요. 형편이 어려워 고학을 하느라 공부에 전념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등록금을 다 못 내 모교 졸업 앨범이 없다. ROTC 장교로 복무하면서 못 낸 등록금을 들고 학교를 찾았다. 담당자가 규정상 받을 수 없다고 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고 발전기금으로 기탁했다. 어려움을 겪었기에 남 돕는 일을 그가 더 열심히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 겪은 가난, 회사 부도로 겪은 어려움이 내 삶 속 깊이 뿌리를 내렸는지도 모르죠. 이런 어려움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제대로 알기 어려워요.”
그는 2015년부터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장도 맡고 있다.
“소아암 환자에게 치료비를 대주고, 치료 후엔 공부에 전념할 수 없었던 이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대학들과 연계해 돕습니다.”

- 대학문을 나서는 젊은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주시겠습니까?
“긍정의 사고방식으로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무엇보다 남을 도우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 동문은 1월 실시된 대한골프협회장 선거에서 64%를 득표, 19대 회장이 됐다. 첫 경선이었는데, 그와 경합한 우기정(철학 65입)·박노승(경영 75입) 후보도 우리학교 동문이다. 골프협회장 당선으로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는 다섯 단체를 이끌게 됐다. 아난티그룹, 한국소년보호협회(이사장), 청소년행복재단(이사장),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회장), 학교법인 해성학원(이사장).
폐교 위기에 있던 남해해성고등학교 이사장은 남해군수의 요청으로 맡게 됐다. 남해에 골프 리조트를 만들었을 때의 일이다. 가정 형편이 어렵고 우수한 학생들을 뽑으려 유수의 대학에 진학하면 2~4년 간 장학금을 지급했다. 연대에 진학하면 4년 장학금을 줬다. 그 후 학교 측의 요청으로 이 장학금은 학교 자체에 대한 지원으로 돌렸다. 해마다 이 학교 졸업생 80명 중 약 70명이 서울 명문대에 진학한다고 한다.
“시골 학교로선 대단한 일이죠. 보람 있고, 쾌감도 느낍니다.”
이 회장은 2012년 연세사회봉사상 대상, 2018년 자랑스러운 연세인상을 받았다.

- 봉사를 하면 뭐가 좋습니까?
“내가 창업한 회사가 잘되는 거보다 학교 잘되는 게 더 기분이 좋아요. 청소년행복재단에서 떡볶이집 창업 교육 받은 아이들이 수료 후 가게를 차려주면 오늘 얼마 벌었다고 문자로 ‘보고’를 해요.”
지원을 받은 아이들이 3백만 원을 기부하겠다고 재단을 찾아온 일도 있다. 2019년 재단 첫 행사 때 참석한 아이들에게 이 회장이 20만 원씩 격려금을 건넸다. 한국소년보호협회장을 맡은 이래 오래된 그의 습관이었다. 아이들은 그 돈을 기부하겠다고 경비실에 맡기고 돌아갔다. ‘선한 영향력’의 선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그의 호는 덕일(德日)이다. 매일 덕을 쌓는 일을 하겠다는 결심이 담겼다.
그에게 인생 2막을 앞둔 동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가 되레 나에게 나이를 되물었다. 인터뷰이의 ‘역습’이다. 예순넷이라고 하자 그가 “청년이네”라고 받았다.
“2막에도 새로운 일을 꿈꿔 보고, 남들 하지 않는 일, 청년다운 일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 골프협회장 재임 중 꼭 하겠다고 마음먹은 일이 뭡니까?
“골프는 더 이상 사치스러운 운동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11%, 18세~65세의 18%가 하는 대중운동이에요. 우리 골프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선전하는 건 이렇게 저변이 두텁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골프 강국인 미국과 일본의 골프 인구가 각각 5.6%, 5.4%예요. ▲2025년 금강산 아난티 골프장에서 국제골프연맹(IGF) 주관 세계 아마추어 팀선수권대회 국내 첫 개최 ▲국군 체육부대 골프팀 신설 ▲골프 국가대표 선수들의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입촌 등을 추진하겠습니다.”
아난티는 리조트, 골프, 레저 사업을 한다. 26년 그가 창업한 중앙관광개발회사가 모태이다.

- 아난티는 경쟁사와 뭐가 다른가요?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남다른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부산의 아난티 코브는 선진 외국에도 없는 시설이죠. 객실엔 책이 꽂힌 책꽂이가 있어요.”

- 장차 어떤 세상이 되기를 바라시나요?
“서로 돕는 세상입니다. 돕는 삶이 최고로 좋은 삶이에요. 돕는 일은, 돈이 있든 없든 누구나 자기 위치에서 할 수 있습니다. 일손을 도울 수도 있죠. 하다못해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이라도 할 수 있어요.”
그가 과거 대전소년원을 돕고 늦은 밤 서울역에 내렸을 때 목격한 일에 대해 들려줬다. 한 젊은 노숙자가 박스를 구해 다른 노숙자들에게 나눠줬다. 신문지를 덮고 있던 노숙자들이 고마워했다.
“노숙자도 베풀 수 있어요. 무엇보다 기업인들이 사회환원을 더 많이 하면 좋겠습니다. 나중에 가지고 갈 것도 아니잖아요?”

이필재 (신방 77입) 한국잡지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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