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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칼럼] 연세의 정신으로 빛낸 세계 최고의 볍씨 ‘청주 소로리볍씨’
등록일: 2020-09-03  |  조회수: 4,091

쌀은 인류가 가장 먼저 가꾼 먹거리이며, 밀과 함께 세계 2대 곡물로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90% 이상이 주식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쌀은 경제적인 면에서도 아주 중요하여, 각국은 높은 관심을 갖고 이에 관한 정책을 세워 오고 있다.
UN에서도 이 중요성을 인정하여 2004년을 ‘쌀의 해(Year of Rice)’로 정하고, ‘쌀은 생명이다(Rice is Life)’라는 표어를 만들어 강조하였으며,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중시하여 정부에서 2015년에 8월 18일을 ‘쌀의 날’로 정한지 올해로 6번째 되는 해이다.
이러한 쌀의 중요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세계 강국들은 쌀의 기원문제를 찾고자 많은 노력과 큰 예산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쌀의 기원 문제에 관한 국가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중요한 많은 유적들을 찾았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선인동유적과 옥섬암유적에서 출토된 볍씨 연대가 BC 9,500년으로 밝혀지면서 2002년까지 중국은 쌀의 기원의 종주국임을 세계적으로 공인받아 왔다.
그러나 평생의 스승이신 손보기 교수의 학문에 대한 집요한 추진력이 돋보이는 일이 펼쳐진다. 손 교수는 일산신도시건설에 앞서서 조사해야 될 대상 지역의 조사단을 이끌었다. 문화재위원회에서 부결된 것을 손보기 단장과 한창균(사학 70입) 교수의 노고로 2차에야 발굴 허가서를 받아 착수할 수 있었다.
필자가 이끈 충북대 팀은 많은 학생(30여 명)이 참여하여 작업을 빠르게 진행 하였지만, 토탄층을 찾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논바닥 지표면에서 1.8m 깊이를 삽질로 발굴하면서 찾은 토탄층에서 가래나무를 발견하고 여기에서 드디어 볍씨 1톨(사진)을 찾았을 때의 벅찬 감회는 그 무엇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
손보기 교수는 미국 베타연구소에 연대측정을 의뢰하여서 5,020년 전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얻고, 이 사실은  조선일보에 이어 일본 마이니찌신문에 크게 보도되면서, 아시아인들의 선사농경과 전파에 큰 문제를 제기하게 되었다. 고양시는 고양 가와지볍씨 박물관을 2014년에 재개관하면서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후 필자의 충북대 박물관 팀은 단양 수양개 2지구, 보령 평라리유적, 충주 조동리유적 등의 조사에서 모두 볍씨를 찾는 큰 성과를 올렸고, 오창과학산업단지의 건설에 앞서 실시된 청주 소로리유적을 발굴하게 되었다. 조사단은 A지구 충북대팀, B지구 단국대팀(한창균 교수·모교 박물관장 역임), C지구 서울시립대팀(박희현 교수·사학 67입) 등 연대 사학과와 박물관 후배들로 조직하였다.
이 조사에서 많은 구석기유물들을 찾는 큰 성과를 올렸다. 특히 A지구를 조사한 충북대팀은 발굴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1997.11.18~1998.2.28) 4월 15일까지 계속 발굴을 진행하여 논 바닥 밑 2.5m되는 토탄층에서 볍씨를 찾는 쾌거를 올렸다. 연대 측정 결과 12,500~13,700년 전(보정연대 15,000~17,000년 전)으로 밝혀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로 확인되었다(사진).
역사를 찾고 진리를 밝히고자 하는 연세인의 정신을 갖고 있는 지도교수의 뜻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충북대 학생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세계 역사의 새로운 장을 만드는 큰일을 이룩하였다. 추운 겨울에 방학도 반납한 채 모든 노력을 기울여 발굴한 그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지금 지금 깊이 감사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 얻은 많은 고고학 자료와 자연과학자료들은 방대한 연구결과 보고서 <청원 소로리 구석기유적>으로 출판되어 국내·외 학계에 보급하였다.
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M.조킴 교수와 함께 2003년 제5회 세계고고학총회(미국 워싱턴DC)의 한 분과를 열어서 소로리볍씨 관련 논문 2편을 발표하였다. 이 논문들이 총회에서 발표된 총 1천6편 가운데 ‘Year of Discovery’로 선정되었다.
같은 해 영국 BBC 뉴스는 철저한 분석 끝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벼가 발견되다(World’s Oldest Rice Found)’라고 보도하였고, AP · AFP · Le Monde를 통하여 전 세계에 소개되었다.  이후 국제적으로 벼의 기원에 관한 주제가 주목을 받으면서 그 다음 해(2004년) 세계적으로 가장 정평이 높은 고고학 교재인 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첫 순화벼(first domesticated rice)’로 청주 소로리볍씨를 소개한 이후,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청주시는 새로운 통합시의 출범을 뜻하는 의미로 2016년 소로리볍씨를 문화원형으로 한 CI를 생명문화도시 청주의 상징기호로 정했고, 이어서 세계 최고의 청주 소로리볍씨를 기념하는 상징탑을 준공하여(사진)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청주의 자존심을 높이 자랑하고 있다.
손보기 교수의 안내로 가와지볍씨를 찾은 1991년부터 올해까지 30년 동안 볍씨를 계속 붙들고 씨름하고 있는 것은 연세의 진리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지금도 연세의 동산에서 배운 학문의 열기와 더불어 홍이섭 교수님과 용재 백낙준 총장님께서 ‘큰 학자’와 ‘세계적인 학자’가 되라고 당부하신 말씀은 큰 가르침으로 남아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구석기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학문을 넓히고, 앞으로도 굳건한 자세로 진리 탐구에 대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가 매일 주식으로 하고 있는 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인 청주 소로리볍씨에서 기원한 사실이 2004년부터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공인받고 있음을 우리 연대동문들은 기억하고 자랑하기를 감히 희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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