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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이야기] 1세대 프로파일러 '그알 교수' 이수정 동문
등록일: 2020-02-04  |  조회수: 5,729

매주 토요일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와 미제사건 등에 대해 탐사, 취재하는 저널리즘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올해로 20년 째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범죄자의 심리와 사건에 대해 무보수로 자문활동을 하며 ‘그알 교수님’으로 불리는 1세대 범죄 프로파일러 이수정 동문(심리 82입·경기대학교 교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구대상은 모두 범죄자 우연히 심리학자가 나오는 소설을 읽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심리학을 선택했다는 이수정 동문. 20여 년 간 범죄자만 연구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심리학이 뭔지도 잘 모르고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죠. 문과인데 통계, 생리학 등을 배워서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졸업 후 유학을 가서 심리측정을 공부하면서 심리검사의 매력에 심취하게 되었습니다. 유일하게 교정학과가 있는 경기대학교에 부임하면서 자연스럽게 범죄심리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교도소에 위험한 사람들을 뒤섞어 놓으니 충돌이 일어나거나 인명피해가 생기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2000년도에 분류심사 개념이 도입되면서 법무부에서 과제를 맡았는데 수용자들을 분류심사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죠.”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범죄자들을 만나야 했지만 생각보다 무섭거나 위험한 일은 없었다고 한다. “대부분 형이 확정된 후에 범죄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학자로서의 호기심이 컸기 때문에 무섭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연쇄살인마 정남규가 기억에 남습니다. 13명을 살해하고 형이 확정되어서도 전혀 반성이나 뉘우침이 없었습니다.” 정남규는 결국 교도소에서 자살하면서 생을 마감했다. 이수정 동문은 지금 생각해도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일반적이지 않은 범죄자였다고 말한다. “범죄자들을 만난다고 정신적으로 힘들진 않습니다. 어찌보면 말이 통하지 않고, 위선적인 일반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범죄자를 대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20여 년 무보수로 활동한 ‘그알’ 교수님 ‘그알 교수님’으로 알려진 그는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20여 년 가까이 무보수로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많은 사건들이 있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라고 말한다. “약촌오거리 사건은 당시 15살이었던 소년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10년을 복역한 뒤 재심을 청구해 누명을 벗은 사건입니다.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루었는데 사회적 관심을 받으면서 결국 진범이 잡혔습니다.” 이수정 동문은 이 사건을 계기로 법적인 제도를 만드는데 조력할 수 있도록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것이 알고싶다>에는 저 말고도 자신의 의견을 공유해주며 욕심 없이 봉사하는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많은 사건이 일어나지만 사건들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정비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결국 진범을 잡게 된 약촌오거리 사건은 2017년 <재심>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 졌다.

여성, 아동, 청소년의 안전을 위해 “최루탄 속에서 대학 4년을 보냈습니다. 데모를 하다가도 수업시간에는 꼭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문제의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려운 환경에서 힘들게 대학을 보내준 부모님을 생각하면 수업을 빠질 수가 없었어요.” 수업 후에는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들도 고아원에서 많은 피해를 입은 것 같지만 그때는 그런 것을 보는 눈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이 연구실에만 있기보단 사회참여를 하는 저를 만든 토양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매일 접하는 범죄자들 특히 아동이나 성범죄자들로 인한 사건이 많았고, 누구보다 여성, 아동, 청소년의 안전에 관심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청소년 성폭력 상담센터인 해바라기 센터가 생기기 전에는 성폭력 아동의 초기 진술을 분석하는 의견서를 전국의 몇 명의 교수들이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매일 성폭력 관련 의견서를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여성의 안전에 관심이 많아졌고, 특히 딸아이에게도 엄해질 수밖에 없었죠.” 이수정 동문은 전자발찌 도입을 위해 위험성 평가 기준을 만들었고, 전자감독 제도를 입법화 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전자감독 제도는 고위험 범죄자의 재범율 1/8까지 하락시켰고 성공한 제도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수정 동문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아직도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비적 행위를 제지하기 위해 스토커 규제법이 꼭 필요합니다.”  

BBC가 선정한 100인의 여성 2019년 10월 이수정 동문은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BBC 100인의 여성에 선정 되었다.  “처음에는 정크 메일인줄 알았어요. 몇 번 연락이 더 오더니 인터뷰를 하러 오겠다더군요.” 증서나 상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영국에 다녀온 것도 아니지만 의미있는 사건이었다. “20년 간 시간을 쪼개서 교수로서 안 해도 되는 ‘허튼일?’을 해왔는데 한편으로는 ‘내가 이일을 했어야 하는가?’라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앞으로도 지금처럼 허튼짓을 하면서 살아도 되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수정 동문은 최근 네이버에서 오디오클럽을 하기 시작했다. 영화평론가와 작가 피디 모두 여성으로 이루어졌으며, 범죄영화들을 여성의 시각에서 다시 읽어보는 컨텐츠이다. “오디오클럽을 들으면서 위로가 된다는 방청자 분들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피해를 입은 모든 여성분들에게 위로를 주기는 어렵지만 이런 방법으로라도 작게나마 위로가 될 수 있어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여 년 간 아무 금전적인 이익 없이 약자들을 위해 행해진 이수정 동문의 아름다운 ‘허튼짓?’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기대한다.                                            

백진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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