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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칼럼] 미디어에 비친 교정(5) - <사랑을 놓치다>
등록일: 2019-02-15  |  조회수: 8,978

<사랑을 놓치다>, 놓치기 전에 꼭 잡으세요

대학 3학년 때였으니 참 오래 전입니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서둘러 청량리역으로 향했습니다. 세상 고민 다 짊어진 듯 나름 고단했던 시절이라 잠시라도 서울을 떠난다는 것이 어찌나 신나던 지, 표를 끊고 앞뒤 돌아보지 않고 기차에 올랐습니다. 마음이 앞섰던 우리들은 춘천행 표를 들고 원주역에 내렸습니다. 기차를 잘못 타 엉뚱한 곳에 내리니 막막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때 생각난 지명 하나 있으니 ‘매지리’. 원주캠퍼스가 위치한 곳입니다.
나지막한 산과 호수, 적당한 간격을 두고 들어서 있는 붉은 벽돌 건물들. 기차역에서 캠퍼스까지 어떻게 갔는지, 무엇을 했는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그날의 행적은 희미해졌지만, ‘연세’라는 이름 하나로 낯선 곳에서의 불안이 사그라들었던 기억만은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그 원주캠퍼스를 영화 속에서 만났습니다. 설경구, 송윤아 주연의 영화 <사랑을 놓치다>. 첫사랑이 떠나던 날, 조정 선수 우재(설경구)는 경기에 졌습니다.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술에 취한 그는 넘어져 발을 다쳤죠. 붉은 피가 흐르는 발을 보며 아프다 우는데, 아마도 발보다는 마음이 더 아팠을 것입니다. 푸른 잔디가 밤 별빛을 받아 반짝이고 멀리 보이는 건물에선 밤을 잊은 불빛이 환했습니다. 우재의 눈물이 쏟아져 내렸던 곳은 원주캠퍼스 노천극장, 뒤로 보이는 건물은 중앙 도서관입니다.
원주캠퍼스는 1978년 10월 원주 분교로 설립되어 1981년 원주대학으로 승격되었습니다. 명실상부한 지역대학의 거점으로 ‘지역을 섬기고 세계를 변화 시키는 대학’으로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죠. 올해로 창립 40주년이 되었는데, 사람으로 치면 불혹(不惑)입니다. 흔들림 없는 나이, 튼튼하게 뿌리내린 원주캠퍼스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노천극장 하면 잔디 계단이 떠오릅니다. 서울캠퍼스 노천극장이 지금은 대리석 계단이지만 1999년 5월 이전까지는 잔디 계단이었습니다. 풀들이 한창일 때는 풀물이 바지에 들어 얼룩덜룩해지기도 했고, 가을바람 스산히 불어올 때는 바삭 마른 풀들이 옷에 붙어 떨어지지 않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고민과 번뇌, 두려움과 비겁함, 슬픔과 후회 등 내 모든 유약함을 오롯이 보여주었던 곳, 노천극장은 그렇게 청춘의 공간이었습니다. 원주 노천극장은 신전을 연상케 하는 연단과 결 고은 잔디로 꾸며져 있습니다. 앞으로는 매지호수와 치악산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사계절 모두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영화 속 우재처럼 놓쳐버린 것은 영원히 그립지만, 춘천행 기차표를 든 우리 앞에 구세주처럼 원주캠퍼스가 나타났듯, 살다보면 돌아돌아 내 것이 되는 것도 있습니다. 눈 한번 감았다 뜬 것 같은데 벌써 2018년의 종착역이 보입니다. 기해년(己亥年) 2019년에는 놓치기 전에 꼭 잡으세요. 다시 잡으려면 많이 돌아가야 합니다.

 공희정 (신방 83입) 드라마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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