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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이야기] 세상을 바꾸는 연세인들 ④ - 구본창 코피노 활동가
등록일: 2020-06-01  |  조회수: 7,496

구본창 동문은 필리핀에서 코피노와 사실상 미혼모인 그 엄마들을 돕는 활동을 한다. 6년여 전 필리핀에 WLK(We Love Kopino)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코피노는 ‘코리안(Korean)’과 ‘필리핀 사람’을 가리키는 ‘필리피노(Filipino)’의 합성어다. 한국 남성과 현지의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일컫는다. 이들은 무려 4만여 명에 이른다. 나이가 많은 코피노는 스물네 살의 성인이다. 사회사업학과 83학번인 그는 화곡대성학원 원장을 지냈다. 나이 오십에 ‘기러기’ 생활을 청산하고 두 딸이 유학 중인 필리핀으로 은퇴이민을 떠났다. 거기서 한국인 아빠에게서 버림받은 코피노 문제에 눈 뜨면서 이들을 돕는 활동가로 나섰다. 그는 또 코피노처럼 아빠에게서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약 1백만 명의 국내 아동들을 돕는 사이트 ‘배드파더스’의 자원봉사자로도 활동 중이다. 이 사이트는 장기간 양육비 지급을 거부한 아빠들의 신상을 공개했다가 이들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이들의 해코지가 두려워 신상 공개를 못하는 사이트 운영자들을 대신해 그는 혼자서 재판을 받았다. 지난 1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 재판에서 그는 배심원 전원 일치의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어 지난 5월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운전면허 정지 등을 규정한 양육비 이행법안이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그가 양육비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내 운동단체들과 연대한 건 양육비 이행법안이 통과되면 필리핀의 양육비 피해자인 코피노들도 국적과 무관하게 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빠들에게서 지금까지 여섯 번 소송을 당했다.

- 양육비 미지급 아빠들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 2심은 어떻게 전망하나요?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이 만장일치로 무죄판결이 나 뒤집힐 가능성이 크지는 않아요. 항소심서 이기면 앞으로 명예훼손 주장을 못할 테니 이들의 신상공개를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있을 겁니다. 자기 자식을 외면하는 아빠의 명예와 아이의 생존권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요?”

- 내년부터 자기 아이에게 양육비를 안 주면 운전을 할 수 없습니다. 나쁜 아빠들이 양육비를 지급토록 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당초 우리는 운전면허 정지 외에 신상 공개, 여권 취소, 형사 처벌 등을 요구했었습니다. 사실 운전면허야 없어도 버티려면 버틸 수 있어요. 어쨌거나 법안이 통과되어 남편의 폭력 행사 등으로 아이 양육비를 포기했던 피해 여성들이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자원봉사자 신분이지만, 그는 배드파더스 상근자들의 급여를 1년 이상 지급해 왔다.

- 21대 국회에서 양육비 미지급자 형사 처벌까지 입법이 되면 그 다음엔 뭘 할 건가요?

“필리핀으로 돌아가 코피노 돕는 일에 집중할 겁니다. 경제적 지원과 폭력으로 인한 코피노 맘들의 피해를 막아주는 역할이죠. 은퇴도 했겠다, 저의 체력이 될 때까지는 폭력 피해도 막아보려 합니다.”

- 장차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나요?

“빈부 차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밥 굶는 아이들은 없어야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월 만 원이라도 보내든지 아니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집회·시위에 참가해 머릿수 채워주는 게 곧 세상을 바꾸는 길입니다.” 그는 중3 때 부모의 사업 실패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우리 학교에 진학했지만 1학년 마치고 군에 입대했다. 복학 후엔 과외가 불법이던 시절이었지만 거의 전업으로 영어 과외교사를 했다. 졸업 후엔 오랫동안 대입재수학원 영어 강사를 했다.

- 학창 시절 무엇을 얻었나요?

“교훈(건학정신)인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8장 32절)’의 영향을 정말 크게 받았습니다. 혼란스러울 때면 국가나 집단의 이익보다 진리 곧 정의가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관광업을 하는 필리핀 교민들이 생면부지의 필리핀 여자들 돕느라 자신들에게 손해를 끼친다고 비난할 때면 교민사회의 집단 이익보다 정의가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아요.”

- 연세 출신으로서 언제 자부심을 느끼나요?

“시위 중 최루탄에 희생돼 6·10항쟁의 기폭제가 된 이한열 열사와 동문이라는 사실에 긍지를 느낍니다.”

- 대학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뭔가요?

“학원 사찰이 심했던 그 시절 신학과 김찬국 교수님이 설교 중에 잡혀갈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서 겁이 나 너무 떨렸다고 하신 게 기억납니다.” 구본창 동문은 코피노 아빠들을 상대할 때 겁이 난다고 했다. 그는 단신이지만 유도가 7단이다 중2 때부터 유도를 했다. 짧은 칼을 쓰는 필리핀 전통무술 칼리아르니스도 뒤늦게 배웠다. 건달들이 떴다는 코피노 맘의 연락을 받으면 달려가 이들과 싸우기 위해서다. 활동비를 벌기 위해 그는 총도 든다. 민다나오섬에서 활동 중인 이슬람 반군에게서 이들이 납치한 사람들을 구해내면 가족들이 반군에게 주려던 몸값 대신 수고비를 건넨다. 그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의미 있는 일이지만 나이 쉰일곱에 이렇게 사는 건 너무 힘들어요. (두 딸에겐 영웅이라고 했다.) 우리의 핏줄인 코피노 아이들에게서 예수의 얼굴을 봅니다. 그 아이들이 한국을 향한 증오심을 키우고 있어요.”

이필재 (신방 77입) 한국잡지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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