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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이야기] 세상을 바꾸는 연세인들 ② - 봉준호 영화감독(2)
등록일: 2020-02-04  |  조회수: 541

 

봉준호(사회 88입) 영화감독의 <기생충>이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탔다. 둘 다 한국 영화 최초다. 아카데미상은 작품상·감독상·각본상·편집상·미술상·국제장편영화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 역시 한국 영화사상 처음이다.

- 봉준호에게 영화란 무엇인가요?
“직업? 저는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 그건 남들이 할 답변 같군요?
“저는 영화와 무관한 개인적 영역이 별로 없습니다. 영화를 찍고 있거나 아니면 영화를 봅니다. 삶과 영화가 잘 분리가 안 돼요. 삶의 굴곡이나 개인사도 영화와의 연관 속에서 기억하게 됩니다. 그 때가 <살인의 추억>을 찍을 때였지, 아버지가 <옥자> 후반 작업할 때 돌아가셨지 하는 식이죠.”

- <기생충>은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토끼를 잡은 작품 같습니다?
“그런 범주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레퍼런스나 비교 대상이 없더라도 남이 찍지 않은 독창적인 영화를 찍고 싶고 그런 영화를 만드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요.”

- <기생충>의 어느 캐릭터에 강한 연민을 느끼나요?
“최우식입니다. 환경도 상황도 안 좋은데 긍정적이고 이상하리만큼 화를 내지 않아요. 앵그리 영맨이 아닙니다. 과외를 가르치느라 드나든 그 집을 사겠다고 하는데 우식이 월급 받아 그 집을 사려면 5백40년 걸립니다.”

- 영화적 영감의 원천이 뭔가요?
“일상생활입니다. 대학 시절 어느 부잣집 아들에게 과외를 가르쳤는데 그 집 처음 가던 날 철문이 자동으로 열릴 때 나던 소리, 낯선 집에 들어서 중학생을 만난 기억을 <기생충> 초반에 재현했습니다. 아줌마들이 관광버스 춤을 추는 <마더>의 마지막 신은 대학 때 친구들과 오대산에 놀러갔다가 목격한 장면을 삽입했어요. 국립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는데도 술기운에 흥이 가라앉지 않아 춤들을 췄는데 착시인가 의심할 만큼 멈춰선 버스가 출렁출렁 흔들려 초현실적으로 느껴졌죠.” 봉 감독은 지금까지 만든 영화 7편의 시나리오를 직접 썼다. <남극일기> 같은 영화는 시나리오만 썼다. 단편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쓴 박태원이 그의 외할아버지이다.

- 감독으로서의 역량이 1백점이라면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역량에 스스로 몇 점을 주겠습니까?
“감독으로서의 역량은 아직 한 50점 됩니다. 시나리오 작가로서는 90점을 주겠습니다.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자부심이 더 커요.”

-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오려면 봉 감독의 시나리오로 1백점짜리인 다른 감독이 찍어야겠어요?
“맞아요. 제가 시나리오를 쓰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찍으면 뭔가 될 겁니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 감독상 부문에서 아이리시맨으로 후보에 오른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경쟁한다. 올해 78세인 스콜세지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경쟁작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기생충>을 꼽았다. 뉴욕타임스는 <기생충>에 대해 ‘올해의 영화’라고 평했다. 봉 감독은 이번 인터뷰에서 “스콜세지처럼 일흔이 될 때까지 현역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고 말했다. “제 인생 목표입니다. 제 영화 스타일의 미학을 논하려면 제가 60대 후반은 돼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안갯속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중입니다.”

-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나요?
“영화가 상영되는 두 시간 동안 관객이 스톱 버튼을 누를 수 없는 유일한 곳이 영화관이에요. 집중을 강요하는 이 두 시간 동안 관객이 몰입하고, 집에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 새 휘발되지 않고 생각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영화가 다루는 주제야 인간, 사회, 역사 등 다양하고 관객의 머릿속에 어떤 의미가 남기를 바라지만 무엇보다 2시간 동안 재미있어야죠.”

- 감독으로서의 약점이 뭔가요?
“집착이 많은 하드 워커지만, 한편 감독으로서 직접 맞닥뜨리지 않고 도망치려 드는 회피 본능이 있습니다. 사랑방 주인 스타일의 감독은 못 되는 거죠. 커튼 앞에 있으면 불안해 커튼 뒤에 숨어 컨트롤하려 드는 체질이라고 할까요? 다른 단점도 많습니다.”

-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뭐가 가장 힘드나요?
“시나리오 쓸 때 고독한 것도 힘들지만, 가장 힘든 건 밤샘 촬영입니다. 밤 장면 야외촬영은 태양을 차단할 수 없어 반드시 밤에 찍어야 하는데 이때 너무 자고 싶어요. 실사 영화 작업하는 사람만 겪는 고통이죠.”

- 그래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오케이 사인을 줄 때도 있나요?
“그러지는 않아요. 해가 뜨려 해 진행을 재촉할 땐 있죠. 빨리 야식을 먹고 싶기도 하고.”

- 식탐이 있나요?
“너무 많아 탈이죠. 식탐을 어떻게 제어하느냐가 당면 과제입니다.”

- 영화 말고 어떤 이슈에 관심이 있나요?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옥자>와 <설국열차>에서 부분적으로 그렸지만 기후위기가 우리 삶에 이미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봅니다. 올해 스물넷 된 아들이 제 나이가 됐을 때 맞을 위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 꼭 찍고 싶은 영화가 뭔가요?
“2001년 첫 구상을 한 건데, 서울을 무대로 무시무시한 사건이 벌어지는 공포 영화입니다. 20년째 머릿속을 맴돌고 있어 빨리 뱉어내지 않으면 암 될 거 같아요. 2016년 런던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둔 영어 대사의 영화도 준비 중입니다. 영어권 배우들과 찍을 거예요. 둘 중 뭘 먼저 찍을지 올해 중 결정날 겁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이번 달 9일 열린다.

이필재 (신방 77입)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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