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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이야기] 한국 럭비 96년 만에 올림픽 진출을 이루어내다! - 서천오 국가대표 럭비 감독
등록일: 2020-01-17  |  조회수: 5,400

2019년 11월 23일~24일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이 펼쳐졌다. 대한민국을 비롯해 홍콩, 중국 등 9개 국가의 선수들은 한 장 남은 올림픽 진출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였다. 강력한 우승후보인 홍콩은 엔트리의 대부분이 영국계 귀화 선수였고, 장기 프로젝트에 따라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팀이었다. 24일 펼쳐진 홍콩과의 결승전은 홍콩팀의 승리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종료직전 극적인 동점골로 이어진 연장 승부에서 홍콩을 12대 7로 제압하고 올림픽 진출권을 따냈다. 1923년 럭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96년 만의 첫 올림픽 진출이다. 국내 스포츠 중 비인기 종목이며 열악한 환경의 럭비, 힘든 상황에도 첫 올림픽 진출권을 획득하며 감동적인 드라마를 펼친 서천오(경제 86입) 국군체육부대 럭비지도관 겸 럭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원팀’으로 이루어낸  올림픽 진출 1923년 국내에 도입된 럭비는 다음해인 1924년 파리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올림픽 종목에서 오랫동안 제외되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92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부활했지만 우리나라에서 럭비는 여전히 비인기 종목이다. “사상 첫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작년 1차 예선 때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고 훈련하며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10월 21일에서야 겨우 대표팀을 소집할 수 있었고, 전국체전으로 부상 선수도 많았으며, 예산부족과 태풍 등 여러 문제로 전지훈련도 가지 못했습니다. 겨우겨우 친분이 있는 일본측과 협의가 진행되어 3차례 전지훈련을 하며 올림픽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비인기 종목에 예산도 부족했지만 서천오 감독은 올림픽 진출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주변의 도움도 많았다. “일본 유통경제대학에서 코치로 활동 중인 ‘찰리 로’ 코치의 도움이 절실했습니다. 로 코치는 7인제를 많이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상무와 유통경제대가 MOU 관계를 맺어 매년 경기력 향상을 위해 교류를 한 덕에 10월부터 11월까지 3차례에 걸쳐 도움을 받았습니다.” 외국인 코치를 임시 영입했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지원으로 선수들의 영상 및 GPS, 맥박측정을 진행하며 체력과 경기력 향상에 힘썼다. “주변의 도움도 많았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올림픽 진출권을 따낸 결정적 이유는 선수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여줬다는 것입니다. 주장인 박완용 선수를 중심으로 선수들끼리 내부적으로 규칙을 만들면서 자발적으로 ‘원팀’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죽기살기로 훈련과 시합에 임한 선수들의 간절함이 짧은 기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연세가 있어 놓지 않은 럭비와의 인연 서천오 감독은 축구, 야구를 하다가 선수로서는 늦은 나이인 고등학교 1학년 때 중학교 은사의 소개로 럭비를 시작했다. “늦게 시작한 럭비는 정말로 힘들었습니다. 해야 할 훈련도 많고, 부상도 많았기 때문에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합숙훈련을 위해 부산을 찾은 모교 럭비부를 보게 되었는데 파란색의 유니폼을 입은 연세 럭비부가 너무 멋있어 보였습니다. ‘힘들지만 나도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계속 하다보니 럭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고, 다른 운동은 약간 시시하게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연세를 목표로 끝까지 럭비를 놓지 않았고, 고등학교 졸업 즈음 동기들 중 럭비를 계속 하고 있는 학생은 서천오 감독뿐이었다. 럭비는 우리나라에서는 비인기 종목이지만 외국에서는 인기 종목이다. 실제로 과격한 스포츠이지만 신사의 운동이라고 말하는데 럭비에서 심판의 판정은 절대적이다. 심판은 공정하고 엄격하게 룰을 적용하며 선수들은 절대 심판에게 항의하는 일이 없다. 서천오 감독은 올림픽 진출을 계기로 럭비의 저변확대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럭비는 실업팀 3개와 상무팀 총 4개의 팀이 있습니다. 아직은 인지도가 낮고, 위험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 가까운 일본만 해도 공부하는 학생보다 럭비선수의 취업률이 좋을 정도로 선수들의 인성이나, 성실함 등을 인정해줍니다.” 럭비는 어린 학생들이 접하기에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럭비협회 등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화 시키려는 움직임들이 일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쉽게 할 수 있도록 변형한 ‘태그럭비’, ‘터치럭비’ 등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위험하지 않도록 몸을 부딪치면 파울이 되고, 술래잡기 하듯 상대를 피하며 옷에 달린 수건을 터치 한다던가 하는 식의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방과 후 교실에서 축구, 농구 등 다른 프로그램과 함께 진행했을 때 럭비의 인기가 가장 좋았고, 활동량도 제일 높았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서천오 감독은 럭비인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보급할 수 있는 코치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럭비는 명문학교에서만 하는 스포츠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럭비 팀을 가지고 있는 ‘연세’라는 최고의 명문학교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럭비의 저변확대에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럭비 강호가 되기 위해 중장기 계획 필요 럭비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럭비는 연고전에서도 많이 승리하는 효자 종목입니다. 모교 재학시절 4학년 때는 아쉽게 패배했지만 그전까지 7연승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모교 럭비팀과 가끔 시합을 해보지만 스크럼이 강하고 선수 개개인의 신체조건이나 능력이 훌륭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유소년 선수들은 학사일정 때문에 참여가 쉽지 않습니다.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많은 경험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협회차원에서 상비군을 운영하고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 짧게라도 선수들을 자주 소집하여 모니터링을 하며 기량을 체크해야 합니다. 또, 다른 인기 종목들처럼 U리그를 진행하여 주중에 공부하고, 주말에 대회를 치룬다면 부상도 줄어들고 장기적인 레이스를 위해 계속적으로 신체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식적인 준비가 아닌,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워 준비하지 않는다면 도쿄올림픽이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작년 12월 대표팀을 소집한 서천오 감독은 선수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회복시키며 올림픽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12개팀 모두 굉장한 팀들입니다. 홍콩이 아시아 랭킹 1위인데 운 좋게 우리가 말도 안되는 역전승으로 출전권을 거머쥐었습니다. 여기에 안주할 생각은 없습니다. 목표는 1승이지만 승패를 떠나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정도까지는 해봐야 할 것입니다.”

지원단장을 비롯 선수 5명이 연세인 한국팀에는 외국 용병이 한 명도 없다. 순수 국내 선수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이영학(법학 70입․연세체육회 사무총장/대한럭비협회 부회장) 올림픽대표팀지원단장을 비롯해 연세 동문인 한건규(체교 05입·한전)·이성배(체교 08입·한전)·유희범(체교 09입·한전)·장정민(스포츠레저 13입·한전)·장용흥(체교 13입·일본NTT) 선수가 포함되어 있다. “도쿄올림픽에서 아시아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습니다. 외국인 선수를 활용할 수 없지만 순수 국내 선수들로도 최대의 역량을 발휘하겠습니다. 동문 여러분들 모두 올해 럭비올림픽 많이 응원해 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백진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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