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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이야기] ‘소심한 영화광’ 소년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다 - 봉준호 영화감독(1)
등록일: 2020-01-17  |  조회수: 5,161

봉준호 감독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인정받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이다. 우리 학교 사회학과 88학번인 봉 감독은 지난해 봄 개봉한 ‘기생충’으로 72회 칸 영화제에서 한국 최초로 대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영화 1백 년을 맞은 해에 이룬 쾌거다. “12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은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봉 감독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소감)이 일을 낸 것이다. 이 영화는 관객 수 1천만 명을 넘겨 흥행에도 성공했다. 봉 감독은 칸에서 수상한 후 이 인터뷰 외엔 국내 언론과 인터뷰하지 않았다. 두 차례에 걸쳐 봉 감독 편을 싣는다.
- 연세 동산 시절 무엇을 얻었나요?
“학교 생활은 흥미진진했고, 전국 8도에서 모인 말씨가 다른 다양한 친구들과 맞닥뜨리고 어울리는 게 좋았습니다. 그 덕에 시야도 넓어졌죠. 복학 후엔 연합 영화 동아리였던 ‘노란문’ 사람들과 어울려 영화 공부를 많이 했어요. 영화 서적이 별로 없던 시절이라 영화이론 서적을 번역해 가면서 공부했습니다.”
 동아리방 출입문에 노란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어 이름이 노란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 시절엔 ‘시네마 교도’ 같았고 영화를 좋아하는 것만큼은 그 후로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복학 후인 1993년 1학기 연세춘추에 한 컷 풍자 카툰과 ‘연돌이와 세순이’라는 네 컷 만화를 그렸다고 털어놓았다. 평은 좋았는데 매주 두 개의 만화를 그리느라 마감 공포에 시달리다 한 학기 만에 접었다. 
- 연대 앞 하면 떠오르는 게 뭔가요?
“2호선 신촌역과 역에서 학교에 이르는 길입니다. 3천5백 원짜리 김치찌개를 팔던 백두갈비 사장님과 친했는데, 과 친구들과 외상으로 많이 먹었어요. 돈이 없어 시계를 풀면 ‘너희 싸구려 시계 필요 없으니 다 먹었으면 가봐’ 하셨죠. 대학 졸업 후 세월이 꽤 흐른 뒤에 그 사장님을 찾아간 적도 있는데 나중엔 원시림이라는 호프집으로 바뀌었어요.”
- 대학 시절 자체는 어땠나요?
“누구에게나 불안정한 시절이죠. 이 황금 같은 시기를 뭘 하며 보낼지, 졸업 후 캠퍼스를 벗어나면 과연 뭘 하면서 살지 다들 막막해 고민했어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기에 뭘 해서 먹고살지는 정해졌었지만 어떻게 해야 감독이 되는지 경로를 몰라 불안했습니다. 마치 안갯속 같았죠.”
- 기억에 남는 수업이 뭔가요? 성적은 어땠나요?
“국문과 배봉기 교수님의 희곡론과 신방과에서 들은 사진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학점은 중하위권이었는데, 데모가 일상이었던 시절에 사회학과 분위기 탓인지 학교 공부보다 독서토론 등 비공식적인 공부에 열중했어요. IMF 체제 이후 세대에겐 죄송스럽지만 학점에 대한 ‘집착’이 별로 없던 세대였죠. 4년 중 한 번 F를 받았는데 전공과목인 박영신 교수님의 사회학이론이었어요. 깐깐하면서도 멋진 분이셨고, 출석을 제대로 안 해 받은 ‘정당한 F’였습니다.”
 졸업 논문은 제3세계 영화에 관해 공부하던 것을, 사회학과 전공 커리큘럼에 있지도 않은 영화 사회학이라고 포장해 제출했다.
“지도교수님이 흔쾌히 받아 ‘재밌게 읽었다’며 통과시켜 주셨죠. 그 ‘관용’에 감사드립니다. 학교 분위기는 자유로웠고, 특히 사회학과는 권위주의적인 선배가 없어 신입생 환영회 때부터 선배들의 요구로 술을 한 손으로 따랐습니다. 어쩌다 사회학과에 갔지만 그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 기생충에 연대 재학증명서를 위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어떤 의도(의미)가 있었나요?
“큰 의미는 없습니다. 감독으로서 시각적인 게 중요했는데 우리 학교 심벌의 방패 형상이 컴퓨터 화면에서 클로즈업하면 재밌을 거 같았어요.”
- 봉 감독의 영화를 관류하는 키워드를 3개만 꼽아 주시죠.
“집착, 불안, 연민입니다(웃음). 집착은 기본적인 동력이고, 큰돈을 들여 다수와 일하는 내내 불안이 따라다녀요. 제 영화 속 인물들에 대한 연민이 있습니다.”
- 좋아하는 영화를 세 편만 꼽아 주시죠.
“구로자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 김기영 감독의 ‘하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모든 작품입니다.”
 구로자와 감독은 그처럼 사회학을 전공했다. 그가 ‘괴이한 천재’라고 말한 김기영 감독은 의대 출신, 서스펜스와 스릴러 영화의 대가로 통하는 히치콕은 공대를 다닌 적이 있지만 미술을 전공했다. 봉 감독은 우리 학교 졸업 후 영화진흥위원회 산하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1년 간 실습 위주로 영화를 공부했다. 영화감독 지망생들에게 그는 “연극영화과를 다녀도 좋지만 인문사회 분야를 전공한 후 대학원에서 전문사 과정을 밟아도 좋다”고 귀띔했다.
- 화성 일대에서 연쇄살인을 했다고 이춘재가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이 사건을 소재로 16년 전 ‘살인의 추억’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감독으로서 감회가 남다르겠습니다.
“범인을 찾는 ‘얼굴의 여정’같은 영화입니다. 그 얼굴을 찾는 데 실패한 형사(송강호 분)의 얼굴을 잡는 것으로 영화가 끝나죠. 대한민국 국민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남긴 그 얼굴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길에서, 전철 안에서 흔히 마주치는 평범한 얼굴은 아니다 싶어 오히려 안도감을 느꼈어요.”
 기생충은 올해 아카데미상 수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저도 영화팬으로서 그동안 지켜봤지만 이 상의 수상은 너무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이에요.”

이필재 (신방 77입)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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