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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칼럼] 언제나 영원한 맞수
등록일: 2019-09-02  |  조회수: 4,957

조금 유별난 부부라서 한평생 낮이나 밤이나 연고전을 하는가 하면, 고연전을 하면서 영원한 맞수로 살아간다.
아내는 동의하지 않을 지론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고려대학교가 필자를 사위로 삼은 것이지 연세대학교가 아내를 며느리로 삼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고려대학교 교수님이 한 여학생 제자의 배필감으로 필자를 지목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세대학교 동문이 고려대학교 교우회비까지 평생 내주는 사이가 되었으며, 해마다 가을 정기전이 열리는 즈음이면 우리 집안은 언제나 “으쌰! 으쌰!” 한다.
아우의 세브란스 응원군까지 동원하지 않더라도 아내와 아들만 따져도 그동안의 전세는 2 : 1로 독수리팀이 숫적으로 단연 우세했지만, 우리 집 안방의 호랑이팀을 누구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런데 아들의 결혼 이후는 숫적인 판세가 팽팽해진 형국이다. 어느 편에도 응원할 수 없어서 전세를 예의 주시하던 며느리가 눈치 빠르게 마침내 시어머니 쪽에 줄을 서니 전황은 2 : 2로 동률이 되고 말았다. 며느리는 호랑이팀인 친정아버지의 영향을 받았음이 틀림없어 보인다.
한편 어느 쪽에도 줄서기에 난감한 딸의 생각은 초지일관 지조가 있다. 언제나 주심이란다.
  호랑이팀이 점점 더 세를 확보해서 난공불락이지만 어찌 되어도 우리는 언제나 즐겁기만 하다. 아들과 며느리는 휴일에 아직 어린 손주를 데리고 연세 캠퍼스를 산책하며 할아버지 형제의 이름이 새겨진 노천극장의 좌석을 보여주며 그곳에도 앉아보았단다. 벌써부터 연세 동산의 낭만과 멋을 느끼도록 알려주는가 보다. 장래에 손주들에게 바라는 소망이 있다면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연고전을 함께 즐기는 배우자와의 만남이다. 그러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삶에서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가을 정기전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경기 종목마다 우리 가족들은 열광하며 젊음의 활력을 다시 찾는다.
해마다 경기를 관람하지는 못하지만 경기장 가까이에 살다보니 자주 관람하는 편이다. 2년 전에는 처갓집 응원하러 사위가 왔다고 호랑이팀 입구에서 점심 도시락까지 건네받으며 아내와 함께 입장했다. 그날 그렇게도 크게 소리쳤던 “입실랜티!” 그 함성이 아직도 귓전에서 맴돈다.
그때 옆 좌석의 노신사가 응원하다 말고 몇 학번이냐고 묻더니 꼬치꼬치 더 묻는다.
“무슨 과 졸업하셨나요?”
“사실은 아내 따라서 처가댁 응원하러온 연세대학교 건축과 졸업생입니다.”
대답을 듣는 순간 몇 십년 만에 만난 고향친구보다 더 반갑게 대하던 그 일행들의 모습이 안암골 교우들의 우정의 맛이 아닌가. 이번 올해의 정기 연고전에는 시집을 응원할 아내를 앞세워 독수리팀 응원석에서 젊은이들과 함께 “아카라카!” 그 함성을 또 크게 지를 작정이다.
그곳에서 처갓집 응원하러온 연세대학교의 사위도 만나면 또한 얼마나 반갑겠는가!

김철성(건축 64입)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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