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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이야기] 선하고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 김형석 모교 명예 교수
등록일: 2019-07-08  |  조회수: 5,471

‘1백세 철학자’ 김형석 모교 철학과 명예 교수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한국 철학의 큰 산맥’, ‘한국 철학계의 1세대 교육자’, ‘베스트셀러 수필가’로 정평이 나 있다. 수필집과 수상집 등 40여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2016년 <백년을 살아보니>는 발간 2주만에 1만5천부가 팔렸다. 특히, 20대부터 60대 독자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팬들이 있다. 2018년 <행복 예습>을 출간해 ‘행복한 인생’, ‘행복으로 가는 길’ 등 ‘행복’을 주제로 한 강연 요청도 많다. 올해 <젊은 세대와 나누고 싶은 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 이야기>를 출간해 더욱 화제다. “생일이 4월이었는데, ‘99세에서 1백세가 되는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두자리 숫자에서 세자리 숫자가 되어서인지 생일이 없어진 기분이 들었어요. 1985년이 우리 연세 1백주년이 되는 때였는데, 그 해에 정년퇴직을 했어요. 내 나이 66세였지요. 정년하면 나이도 많고 늙어버렸을텐데 생각했는데, 정년 후 그새 34년이 흘렀네요.”

30년간 수영, 꾸준한 일이 건강 비결

“조반은 몇 십 년간 똑같아요. 과일, 생채소, 달걀 반숙, 우유, 빵이나 감자를 먹는데 주로 감자를 먹어요. 그리고 커피 한잔.” 최근 KBS1 ‘인간극장’에 출연해 김형석 교수만의 장수 비결을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과식을 안 해야 합니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조금씩 여러 종류를 먹는 게 도움이 됩니다” 30년간 일주일에 3일 수영을 했다. “성인병이 40세에 시작되는데 그때부터 관리를 잘하면 90세까지 건강한 것 같아요. 내 경우를 보니까 50세를 넘으면서부터 꼭 운동을 해야합니다. 나는 수영을 했어요. 지금도 일주일에 1번은 수영을 해요. 수영을 하면 힘들지 안냐고 묻는데, 피곤이 풀려요.” 음식, 운동, 그리고 숙면! “일이 없을 때 잠을 잘 자요. 김포 공항 비행기 타자마자 잠들어서 내릴 때 깨요. 한 달에 나흘 정도 공식 행사 나가지 않고 푹 쉽니다.” 그는 교회, 강연 등 주말에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94, 95세쯤 갑자기 일이 더 많아졌어요. 요즘 KBS 인생극장, 아침마당 등 방송 출연도 많이 하고 매주 주말마다 강연도 하고, 조선일보 동아일보에 칼럼을 연재해요. 독자가 늘어나니까 일이 더 많아졌어요. 건강의 척도를 ‘같은 나이에 누가 일을 더 많이 하느냐’로 보는데, 내 나이에 나보다 일 많이 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몇 십 년 습관이 되니까 일이 없는 날 긴장이 풀려서 조금씩 일이 있는 게 더 좋아요! 6시 전에 일어나서 6시30분에 아침을 먹고 12시30분에 점심, 보통 6시30분에 저녁을 먹지요. 11시 자고, 오후 40~50분 낮잠 자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어요.”

정신적 건강이 가장 중요

“더 중요한 것은 60세가 넘으면 정신력이 건강해야 자기 조정을 잘하고 건강합니다. 주위에 1백살까지 산 사람이 7명이 있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생활에서 무리를 안해요. 여유있게, 다급하지 않고 부담가지 않게 생활을 합니다. 저 역시 조선 동아 칼럼 내용을 일찍 준비하고 있어요. 일주일 내용 미리 준비해 놓고 강연갈 때 조금 수정하지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사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입니다. 또, ‘욕심을 버리자!’는 말을 하고 싶어요. 욕심을 채우지 못하면 불만이 쌓여요. 정서관리를 해야합니다. 착하게 아름답게~” 고등학생과도 친구가 되는 것이 젊음의 비결이라 말한다. “중고등학교 강연 갔을 때 한 학생이 내게 다가와서는 질문을 던져요. ‘교수님 고등학생 때 연애해보셨어요?’, ‘그땐 내가 바빠서 못했다.’고 답했지요. 그 질문에 순간 내가 젊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젊은 사람들을 만나면 발랄한 생기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무엇보다 고등학생과 친구가 된 것 같아서 좋았어요.” ‘나이 들면, 고독해지는 것!’이라며 “이근석 교수가 부인이 먼저 가고, 아들딸 집에 가기도 그렇고 혼자서 살아야겠다며 연락이 왔어요. 밥도 혼자 만들어 먹고, 3개월 하니까 잘 되더래요. 그렇게 3년 쯤 지나서 세상을 떠났다 연락이 왔어요. 그 사람이 하는 말이 ‘혼자서 어떻게 살아요?’ 그래요. 나는 일이 많으니까 항상 사람을 많이 만나요. 젊은 사람도 만나고 많은 사람을 만나는게 필요해요. 김동길 선생님이 장수클럽을 만들었어요. 80세 이상이 회원이에요. 나보고 자꾸 안나온다고 해서 나갔는데, 김남조 시인도 있고, 멋진 분들이 많으신데, 한번 가고 안가요.”

1백세가 된 지금도 160여 회 강연활동

1백세가 된 지금도 한 해에 1백60여 회가 넘는 강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60은 되어야 성숙하고 창의적인 생각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데 ‘60에 어떻게 살까?’는 40대에 정해야 해요. 내 동년배인 안병욱 교수, 김태길 교수, 김수환 추기경도 60~75세까지 가장 창의적이고 찬란한 시기를 보냈어요. 좋은 책은 그 시기에 썼지요. 75세가 되면 그 절정의 상태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에요.” 그는 책을 많이 읽었다. ‘날 키우는 가장 큰 영향은 독서’라며 책 읽기를 강조했다. “평양 숭실중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윤동주 시인과 함께 학교를 다녔어요. 윤동주 시인은 신사참배를 할 수 없다고 만주 용정으로 떠났어요. 당시에 교장 선생님이 교회 장로셨는데, 학교를 폐교당할 위기에 처해있다보니, 학생들을 데리고 가장 먼저 참배를 하시고 돌아서면서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신사참배 때문에 1년간 학교를 쉬었어요. 신사참배를 안하면 기독교 학교를 갈수 없어서 시립 도서관에서 매일 책을 읽었어요.” 도산 안창호 선생과 인촌 김성수 선생을 존경한다는 김형석 교수는 오로지 나라 걱정밖에 없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한다. “도산 선생이 감옥에 계시다 돌아가시기 한 해 전에 가석방 되셔서 고향으로 오셨어요. 내가 살던 옆동네라 열 여덟 살 때, 도산 선생의 마지막 연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27살에 중앙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인촌 김성수 선생에게 많이 배웠어요. ‘아첨하는 사람을 멀리하라. 동료 비방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지 말아라. 편가르는 사람을 믿지 말라’는 말씀을 새기어 제 인생의 지침이 되었지요.” 철학자로서는 칸트에서 헤겔, 키에르케고르까지 독일 관념론을 연구했다. “논리적인 이론 철학과 윤리적인 실천 철학을 정리해서 65세 정년 퇴직한 이후에는 6~7년 동안 ‘윤리학’, ‘역사철학’ 등 철학책을 많이 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내 책 중에 <예수>,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등 수필을 좋아하더군요. 나도 철학을 연구했지만, 정작 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이었습니다.” 1960년대부터 쓴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등 에세이는 한 해 60만부가 넘게 팔리며 출판계 기록으로 회자되고 있다. “매일 밤 긴 일기를 써요. 문장이 잘 연결되게 하기 위해서 재작년, 작년의 일기장을 꺼내 2년간 무슨 일이 있었나 읽어보고, 그 시간을 연결해 오늘의 일기를 쓰는 거에요. 문장력이 약해지면 안되니까 계속 훈련을 해요.”

최초 스승과 제자가 함께 인촌상 수상

“나이 드는 것은 경계선을 넘어가는 일이에요. 내가 지금도 강의를 하니, 80이 넘은 제자들이 다시 들으러 와요. 처음엔 노인이 어떻게 하나, 구경하는 셈 치고 왔다가 학교에서 배울 때보다 더 새롭다고 말해요. 그러면서 ‘선생님 1백20살까지 사실 거에요.’ 하더군요.” “태양이 서산에 걸리지 않았겠어요? 이제는 마무리 해야겠다 아름답게 마무리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 제자들이 훌륭하게 성공해 사회에 많이 기여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아요. 최근 제자인 영문과 이상섭 교수와 함께 인촌상을 수상했는데, 사제간이 함께 상 받은 것은 처음이란 말이 정말 듣기 좋았어요. ‘제자랑 같이 상 받았다’ 자랑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정말 보람 있거든요.” 이젠 제자들이 다 교수가 돼서 캠퍼스 가도 인사하는 학생이 없다며, 65년 동안 연세대와 인연이 있었고 누구보다 연세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모든 사립대학들은 연세대가 어떻게 하는가를 보고 따라가는데, 실질적 책임있는 주인이 없어요. 총장을 포함한 이사회가 주인이 되어 세계적인 하버드, 옥스퍼드 대학 등이 어떻게 발전하는가를 연구해 연세의 발전을 꾀해야 합니다. 내 모든 인격을 바쳐서 책임을 지겠다는 연세인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오해할까봐 걱정스러운데, 연세대가 기독교 대학이라고 하는 것은 기독교 정신을 살리는 대학이지, 교회의 연장이 연세대학은 아니에요. 민족과 국가를 위한 연세대학교가 되길 바랍니다. 불교를 믿는 사람은 연세대학에 오지 못하느냐? 천주교인은? 예배를 안봐도 연세대에 올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학은 대학이고 교회는 교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언제나 행복한 미소가 번지는 김형석 교수의 얼굴에 주위 사람들까지 덩달아 행복함이 전해지는 듯하다.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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