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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칼럼] 미디어에 비친 교정 (10) <외출>
등록일: 2019-05-03  |  조회수: 5,230

거대한 야외극장에는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분주히 오갑니다. 조명이 제 빛을 내보일 수 없는 한 낮이지만 조명감독 인수(배용준)는 조명탑을 오르내리며 점검하고 또 점검합니다.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 때쯤 시작된 공연은 때로는 흥겨웠고, 때로는 감미로웠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옅어지는 조명과 함께 객석도 텅 비어갈 때, 하늘에서 눈이 흩뿌리기 시작합니다. 만개한 봄꽃 위로 내려앉은 눈은 잊을 수 없는 정인(情人)을 찾아간 듯 애처로워 보였습니다. 영화 <외출>(2005)의 한 장면입니다. 배우자의 사고와 배신을 한꺼번에 경험하며 삶의 균형을 잃어버린 인수와 서영(손예진)의 이 영화에는 공연 장면이 몇 번 등장하는데, 그중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공연이 노천극장에서 있었습니다.
2005년 4월 24일, 신촌 일대의 교통을 마비시켰던 ‘슈퍼라이브 콘서트 외출’.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영화와 공연을 접목시킨 이벤트였습니다. 공연은 영화를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았고, 영화는 공연을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노천극장을 가득 채운 6천여 명의 관객들은 스스로가 영화인이 되어 공연을 즐겼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멜로 영화의 거장’이라 불리우는 허진호 동문(철학 82입)이고, 음악감독은 ‘또 하나의 영화감독’이란 말을 듣는 조성우 동문(철학 82입)입니다. 두 동문은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행복> 등 여러 영화를 통해 아름다운 영상과 가슴 울리는 음악의 조화가 얼마나 아름다운 지 보여주었죠.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한 때 노천극장에는 커다란 미루나무 몇 그루가 있었습니다. 종잡을 수 없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질 때면 노천극장 제일 높은 곳에 앉아 그 미루나무를 쳐다보곤 했는데, 바람 따라 천천히 흔들리는 미루나무는 지금 꿈꾸고 있는 것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걱정하지 말라고, 삶은 그렇게 흔들리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인수와 서영을 다시 만나게 해준 4월의 봄눈도 노천극장에 내렸나봅니다.
노천극장은 올해로 여든 일곱살이 됐습니다. 이과대학의 근간이 된 수물과 밀러 (E.H. Miller)교수가 1932년 설계했고, 교직원과 학생 모두가 돌아가며 공사 지원에 나설 만큼 한마음이 되어 만들었습니다. 1933년 5월 천연잔디극장으로 준공된 노천극장은 1999년 대대적인 확장 공사를 거쳐 대리석극장으로 새 단장을 했습니다.
살다보면 가끔은 불가능한 일이 이뤄지기도 하고, 당연한 것이 어그러지기도 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시간들, 그 시간의 터널을 걸어가는 우리는 그저 꿈꾸는 여행자인가 봅니다. 그 꿈의 한 자락이 미루나무에 걸려있던 조각구름처럼  노천극장에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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