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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볼 수 없던 우주를 보다 - 최초 '블랙홀' 촬영
등록일: 2019-05-03  |  조회수: 5,822

 

블랙홀이란?

정태현:블랙홀이란 작은 부피와 어마어마한 질량을 가지고 있는 천체를 말합니다. 엄청난 중력으로 주위의 모든 물질들을 빨아들이며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만듭니다. 심지어 빛조차도 중력에 잡혀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1백여 년 전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한다는 생각을 했고, 에딩턴이 태양의 큰 중력으로 인해 주변에 시공간이 휘어지면서 태양 뒤에 있는 볼 수 없는 별을 관찰하는데 성공하며(중력렌즈 효과) 이를 증명해냈습니다. 만약 지구가 블랙홀이 되려면 현재의 중력을 유지한 채 탁구공보다 작아져야 합니다.

Event Horizon Telescope:사건의 지평선 망원경(아래 EHT) 프로젝트

손봉원: EHT는 인류가 지구에서 사건지평선을 볼 수 있는 블랙홀을 실제로 관측해서 블랙홀의 존재를 입증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프로젝트의 이름이며 EHT는 그 망원경에 붙인 이름입니다. EHT란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으로, 블랙홀 그림자를 볼 수 있는 천체는 두개로 압축이 되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속한 은하수 중심의 Sgr A*과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의 거대한 타원은하 M87 중심의 블랙홀입니다. M87은 우리은하 중심보다 우리에게서 2천 배가량 멀리 떨어져 있지만, 블랙홀의 크기와 질량이 1천5백 배 이상 커서 우리가 보기에는 비슷한 크기의 블랙홀 그림자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이 두 천체를 관측하게 된 것입니다.

M87블랙홀은 어떤 블랙홀이며 어떤 방법으로 촬영했나

정태현:촬영된 블랙홀은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의 타원은하 M87은하의 블랙홀입니다. 지구에서는 5천5백만 광년 떨어져있고, 질량은 태양의 65억 배입니다. 이런 블랙홀을 촬영하기 위해 20마이크로초 정도의 분해능(해상도)이 필요합니다. 20마이크로초의 분해능은 한라산 정상에서 백두산 정상에 있는 사람을 볼 때 머리카락 한 올까지 볼 수 있는 정도의 해상도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2017년 4월에 촬영된 것으로 전 세계 6개 위치에서 8대의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지구크기만한 가상의 망원경을 만들어 관측한 것입니다. 관측된 데이터양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총 5번의 관측으로 모인 데이터 양은 4펙타바이트정도로 mp3음악을 5~6천 년동안 쉬지않고 플레이 할 수 있는 정도의 데이터입니다.

손봉원:빛도 빠져 나올 수 없다면 그 바깥에서는 그 천체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고, 그 안에 일어나는 일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블랙홀이 조용히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구처럼, 블랙홀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약한 중력’을 가진 천체에도 운석이 떨어지거나 인공위성(영화 ‘그래비티’ 마지막 장면)이 추락할 때 대기와의 마찰로 엄청난 열과 소음이 발생합니다.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집어삼킬때는 이와는 비교할 수 없이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게 됩니다. 이런 에너지를 간섭계 원리를 사용한 가상의 망원경을 만들어서 관측하는 것인데, 이 기술 정립에 기여한 공로로 1974년 영국의 마틴 라일 경이 노벨물리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관측에 참여하는 망원경들은 두 개씩 짝을 이뤄 여러 조합을 만들어 냅니다. 망원경이 8개라면 총 28개의 조합이 생깁니다. 각 쌍을 이은 선은 길이도 다르고 방향도 다릅니다. 이 들은 각각 서로 다른 ‘공간 주파수’에 반응하는 필터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자면 중, 저, 고음을 거르는 필터로 음을 거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망원경으로 만든 이 ‘공간필터’는 각각 아주 제한적인 정보만 제공하는데, 길이와 방향이 다양한 필터의 정보를 모아 분석하면 영상을 복원해 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으로 관측하는 이유는 망원경은 중력의 제한으로 1백미터 이상되는 크기로 정밀하게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간섭계의 원리를 사용하면 그 크기를 지구만하게 만들거나, 위성 전파망원경까지 동원한다면 지구보다 큰 가상망원경을 구성하여 관측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KVN 연세전파망원경에 대해 

손봉원:KVN 연세전파망원경(사진 아래)은 현재 다른 주파수를 관측하도록 되어 있어서 이번 EHT 이미지를 얻는데는 직접 사용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EHT는 주 관측인 230GHz(1.3mm 파장) 관측 외에도 이보다 긴 파장의 전파 간섭계 관측을 함께 하여 블랙홀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다파장 연구 그룹’에서  KVN 연세전파망원경은 한국, 일본의 7개 망원경으로 구성된 ‘KaVA’ 관측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KVN연세 망원경에서 얻는 데이터의 품질이 7개 망원경 중 가장 우수한 경우가 많아 특히 중요합니다.

정태현:2009년에 완성된 KVN 연세전파망원경은 사이언스지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연세, 울산, 탐라에 3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연세전파망원경이 가장 성능이 뛰어나며 4개의 파장대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것은 세계최초입니다. 다른 망원경들은 대기오차 때문에 2천미터 이상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우리 것은 대기오차를 보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이미 세계의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 창의상 최고상을 수상했습니다. 또, 스페인과 일본에서 시스템을 도입했고, 이탈리아도 도입할 예정입니다. 미국에서도 10개 망원경에 우리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올해 9월 방문할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천문학의 의의

손봉원:이번에 블랙홀 그림자의 영상을 처음 얻었지만 이번 결과로는 답하지 못한 많은 질문들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이 블랙홀이 빛을 내는 과정, 그리고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 Sgr A*의 영상도 아직 처리 중입니다. 이후 자료처리와 연구에서는 한국의 젊은 연구자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천문학은 ‘호기심’이 근본 동기라고 생각합니다. 예상할 수 없었던 파급효과가 나타나기도 하고, 이제는 미리 기대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본능적인 호기심을 과학적 방법을 동원하여 해소하려는 것이 목적인 것 같습니다. 모교 출신의 연구자들과 모교가 키워내고 있는 학생들이 인류가 가진 근본적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노천극장 뒤편의 전파망원경을 보실 때 그런 생각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정태현:천문학은 고대로부터 이어져오는 가장 기초적인 학문이지만 가장 최첨단의 기술이 사용되는 학문이기도 합니다. 지구의 운동을 절대적으로 알 수 있는것은 전파간섭계 뿐입니다. 시간이나 하루의 길이를 잴때도 전파간섭계를 사용하고, 해수면의 상승, 지각의 이동, 시각의 결정 등에 모두 천문학이 사용됩니다. 일반인들에게 천문학이라는 학문이 직접적으로 와닿지는 않겠지만 여러분이 사용하는 휴대폰의 GPS나 와이파이 역시 천문학에서 파생된 기술들입니다. 앞으로의 생활과 인류의 미래에 도움을 주는 것이 순수학문으로써 천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진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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