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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칼럼] 세상을 바꾸는 연세인들 ⑯ -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1)
등록일: 2022-06-07  |  조회수: 751

저자 : 이필재(신방 77입) - 한국잡지교육원 교수

“연세의 자유 정신은 창의적 사고를 고취합니다. 창의적인 사람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이죠. 절제와 배려의 자세도 연세 동산에서 배웠습니다.”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는 “연세 동산은 저의 은인”이라고 말했다. “그 시절 자유의 세례를 받았지만 개인주의에 빠지지는 않았죠. 진리와 자유의 학풍 아래 교육을 받은 덕에 오늘의 제가 있다고 믿습니다.”
  지난 3월 말 퇴임한 이 전 총재는 연임해 8년 간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다. 한국은행에 43년 근무한 역대 최장수 한은맨이기도 하다. 한은 부총재를 지낸 후 우리 학교 경제대학원에 특임교수로 몸담기도 했다.
  “한은 재임 시절 선후배들의 도움도 받았지만 모교에서 전문지식을 습득했기에 졸업 후 중앙은행에서 일할 수 있었죠.” 그는 연세 출신은 창의적일뿐더러 스마트하고 사고가 유연하다고 덧붙였다. “창의적·합리적이고 사고가 유연한 사람은 한은뿐 아니라 어느 조직에서든, 앞으로도 환영 받습니다.”
  이 동문(경영 70입)은 강원도 원주 출신이다. 초등학교 시절 1박2일 수학여행을 겸해 서울서 열린 박람회를 관람했지만 사실상 우리 학교에 진학하면서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그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가 뭔가요?
  “1학년 때 신과대 민경배 교수에게서 들은 ‘성서개설’입니다. 감동적인 강의였고, 이 강의 덕에 기독교 사상에 눈떴습니다. 이를 계기로 그 후 기독교 관련 서적을 많이 접했는데 인문학적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2학년 때 경제원론을 가르친 고 오일홍 교수(전 상경대학장)는 일상적인 경제 활동의 기저에 자리 잡은 경제원리를 명쾌하게 설명하셨죠. 경제학의 본질은 경제 주체들이 제한된 자원을 배분할 때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최적의 솔루션을 찾도록 만드는 것이에요. 대학 초년생이었던 저에게 경제학에 대한 이 인상이 각인이 됐고, 이 강의 덕에 경제학에 끌리게 됐죠. 채플 때 들은 한태동 당시 신과대학장의 설교도 좋았습니다.”
  그는 학내에서 자주 찾은 곳으로도 낮 12시면 채플이 열리던 대강당을 꼽았다. 채플은 빠진 적이 거의 없고, 심지어 주 2회 참석에서 1회로 의무 참여가 줄어든 2학년 이후엔 남의 채플 시간에 참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첫 머리에 찬송을 부른 후 성경봉독으로 이어진 약 10분간의 의식이 참 좋았습니다. 차분해 졌고 생각을 하게 만들었죠.”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기독교 신자는 아니다. 집안과 사회에서 교회 생활에 과몰입된 사람들에게 질린 탓이라고 했다. “아내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입니다.”
  그는 퇴임 후 아내와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아내가 요즘 탁구에 재미 들렸는데 지난 반년 간 주 2~3회 한 번에 두어 시간씩 같이 탁구를 칩니다. 우리 나이에 배우자만큼 소중한 사람은 없어요.”
  그는 1990년대까지 평일엔 야근, 주말엔 취미인 테니스를 쳤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느라 가정적이지 않았고, 배우자에게도 제대로 서비스를 못했다고 했다. 한은에서 만난 아내는 한국은행 사정을 알기에 불평을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탁구를 제법 친다는 소리를 듣는 것도 연세 시절과 무관치 않다.
  “1970년대엔 학교 안팎에 여가 활동을 할 만한 곳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앞 당구장·탁구장에 다녔습니다. 특히 탁구장에 자주 갔어요.”
  그는 버킷 리스트 1번으로도 아내와의 해외 여행을 꼽았다. “우선 아내가 보고 싶어 하는 바티칸 성당을 가 볼 참입니다. 성지 순례도 같이 해 보려고요.”
  나는 TV 화면에서 그를 볼 때마다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을 연기한 배우 휴 잭맨과 닮았다고 느꼈다. 엑스맨의 울버린.

휴 잭맨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더러 들으십니까?
“처음 듣는 말이지만 싫지는 않군요. 준수한 용모, 강인한 체력에 묘한 개성미가 있는 배우로, 저와는 비교가 안 되죠. 안성기와 목소리가 닮았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었습니다.”

최장수 한은맨으로서, 후배 동문들에게 조직 생활을 어떻게 하라고 조언하시겠습니까?
“우선 겸양지덕을 쌓아야 합니다. 겸손해야 선후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스스로 배울 수 있습니다. 직장 생활의 두 가지 덕목으로 예부터 충성심과 전문성을 꼽습니다. 어느 조직이나 CEO들은 충성심이 강한 사람을 골라 씁니다. 이때의 충성심이란 맹목적 충성이 아니라 성실함, 책임감 같은 거죠.” 

“좋은 선배가 되라”고도 권하시겠습니까?
  “재임 시절 간부들에게 후배와 경쟁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단적으로 국장이 되면 과거 팀장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더 넓게 봐야 하는데 왜 후배 팀장과 경쟁을 합니까?”
  그는 총재 시절 신입 직원들에게 꼭 당부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국 동화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하는 말이라고 했다.
  “‘제 자리에 있고(유지하고) 싶으면 죽어라고 뛰어라’ 주위의 다른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에 가만히 서 있으면 남들보다 뒤처지게 마련이죠. 그래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계속 뛰어야 합니다. 남보다 앞서려면 두 말할 나위가 없죠.”
  그는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진보하는 시대에 사회가 어떻게 바뀌든 서바이브 하려면 적응력이 뛰어나야 하고 그러려면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암기로 익힌 전공 지식보다는 응용할 수 있는 전공 실력이 필요합니다.”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학문의 기초인 수학과 역사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싶습니다. 중고교 시절 좋아했던 과목이기도 한데, 이들 과목은 평생 살아가면서 필요한 사고력을 길러줍니다. 수학 공부를 통해선 논리를 다듬게 되고 역사엔 시공을 초월한 삶의 지혜가 담겨 있죠. 한 가지 더, 다방면의 친구들과 사귀고 싶어요. 네트워킹이죠. 시골 고등학교를 나와 학비를 버느라 재학 중 입주 가정교사를 했는데 그러느라 동아리를 못했어요. 그래서 다른 과 친구들이 없어요. 전공이 다른 친구가 없다 보니 사회에 나가서도 식견을 넓히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좌우명이 뭔가요?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평범한 지방 공무원이었던 아버지가 ‘스스로에겐 엄격하고 남에겐 관대하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지키려 줄곧 노력했습니다. <명심보감>, <채근담>에도 있는 가르침입니다. 흔히 남을 판단할 때 들이대는 잣대가 더 가혹하기 마련이죠. 이 이중 잣대에서 내로남불도 나옵니다. 최고의 상사는 공을 부하에게, 과는 자신에게 돌립니다. 이를 뒤집으면 최악의 상사가 되죠.”
  그는 한은 총재 재임 중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제위기를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과의 한미통화스와프 체결 등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덕에 요동치던 외환시장이 진정됐고 주가도 반등했다. 유동성 공급을 과감히 확대해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 난도 덜어줬다.
  “한국경제가 다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면 창의적인 기술 혁신으로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해 뉴 노멀 시대 게임 체인저가 되어야 합니다. 경제 구조 변환 과정에서 불가피한 양극화도 시급히 해소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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